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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소방서 대응조사계장 정대일

난 2년 동안 소방방재청에서 추진하던 「화재와의 전쟁」이 끝나고 2012년부터 전국의 소방서에「국민생명보호본부」가 발족된 점은 참으로 시의적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G20 회원국으로써 원초적 화재와의 전쟁을 벌인다는 점이 어떤 부분에서는 국격에 어울리지 않을 수가 있다. 일만년 유구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발전해 온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뭐니뭐니해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개인적으로 많은 자본을 소유하고 사회적 다양한 문화를 누리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앞선 것이 「인명의 보호」이다.
인명의 보호는 국내든 혹은 국외든 우리나라 국민이 거주하고 여행하고 혹은 어떤 봉사활동에 참여하든 모든 부분에서 국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취해야 하는 책무가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이 될 수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은 자국의 재난현장 뿐만 아니라 해외 어느 곳에서라도 발생하는 사건, 사고현장에서 자국민 보호를 위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것이 정치적 목적이나 수단의 일부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자국민의 보호가 국가의 유지에 최우선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렇듯 자국민의 인명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선진국들을 바라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나 혼자만의 편견일까?

화재나 구조, 구급 등 긴급한 사건․사고현장에서 여러 형태의 피해자들을 접하면 아직도 안타까운 부분이 많이 있다.
그것은 소방력의 부족현상이다. 일부 특별시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도 소방조직에서는 아직도 소방력의 열세가 심각하다. 인명보호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119안전센터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3교대근무를 많이 시행하고 있지만 거기에 맞는 인원이 보충되지 않아 심지어 소방차량 3대가 배치되고 근무인원이 3명인 119안전센터도 있다.

국민들의 119에 대한 인식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점도 현장 출동대원들에게 많은 고충을 안겨주고 있다.

국민들은 서슴없이 따지고 책임을 물어온다. 과거의 119의 봉사활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고마움 보다는 이제 국민들은 보다 더 전문적이고 세련된 프로119를 원하고 있고 119대원들의 실책과 실수는 준엄한 질책이 되어 돌아오며 심지어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오는 소방예산 부족과 출동인원 부족현상에 시달리는 대원의 고충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화재와의 전쟁 당시 일부 도에서는 소방차량 유류비 예산을 삭감하여 소방서에서 출동에 애로를 겪은 경우도 있고, 국회에서 방화복 예산이 삭감되어 일선 소방서의 직원들이 제때 방화복을 교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선 119대원들의 현장에서 체험하여 가슴 속에 담은 소리가 그들의 외침이 소방조직의 상부에 진실되게 전달되지 못하고, 정부나 의회에서 외면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민생명보호본부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일까? 그것은 뭐니뭐니해도 일선 119대원들의 사기진작대책이 아닐까?

현장에서 용감하게 젊음과 청춘을 바쳐 마음껏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또한 정부나 의회에서는 예산 논란을 잠재우고 기본적으로 119대원이 일선의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최선을 다해 봉사할 수 있도록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투자를 해줘야만 한다.

부족한 인원을 보충하고, 노후된 장비를 교체해 주고, 방화 능력이 떨어진 방화복을 최신형으로 교체해 주고, 열심히 일한만큼 수당을 지급하고, 기본적인 투자도 없이 혼자 알아서 해라는 식의 행정은 선진국에 진입하는 정부의 태도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한만큼 재정적으로 보상하고 성과에 대해서는 인사와 포상을 하여 그 뜨겁고 열렬한 젊은 사기가 어떠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구한다는 「인명보호」에 환원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국민생명보호본부의 발족! 다시 한번 갈채를 보내며 그 성공을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