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 대로)생애 최고의 선물 '
[2020-01-09]

 

한해가 저무는 12월 31일 마지막 날 조선일보 28면 전면기사에 “어떤 나라도 자멸하는 것이지 남이 망하게 할 수는 없다” <1920년 만해 한용운 3.1운동 공판에서>라는 제호에 1919년 1월 22일 고종이 죽었다. 나라가 사라지고 9년 째였다. 영남유림 곽윤(1881〜1927) 은 “임금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임유동林有棟(1900〜1950)을 진짜 미친놈(眞家兀漢)“이라고 비난했을 정도였다. (‘중재선생문집’, 서동일 ‘파리장서 운동 전개와 영남지역의 숨은 협력자들’, 2015년, 재인용)의 관련보도기사가 실렸다 일제하에 동아 조선 중외일보가 우리나라 3대 신문사였다. 끝내 동아 조선 매일신보는 일제에 큰 보상금을 받고 팔아넘겨 친일에 동조했다. 당시 중외일보의 사장은 독립운동가백산안희제 이고 약관 27세에 중외일보 편집감독 겸 상무로, 28세 젊은 나이에 취체역상무로 무한책임사원인 선친임유동이 경영을 하다가 끝내 파산을 자초한 파란을 겪은 신문이 中外日報이기도하다.
신문사를 일제에 팔아넘긴 친일앞잡이들은 해방 후 재 창간하여 신문재벌이 되어선 판매부수 1〜2위를 다투는 조선동아일보를 탐탁히 여기지 않은 동기이다. (사)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펼치는 안티anti조선 회원은 아니나 그 신문보기를 꺼려했다. 그런 내게 친붕親朋으로부터 그 신문지상에 선친의 기사가 실리어 놀랍다는 전갈이다.
지금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 77세에 한살을 더하는 오늘 아버지에 관련된 기사를 접하면서 내겐 생애 최고의 선물이기에 한량없이 기쁜 송년의 날이기도 하다.
훗날 성균관 대학교를 세운 영남 유림 김창숙은 3월 1일 파고다공원에서 군중으로부터 이런 욕을 들었다. “나라를 망칠 때는 온갖 죄악을 다 지어놓고 민족적 독립운동에는 한 놈도 끼지 않은 오만 한 놈들!”(김창숙, ‘기미 유림사건에 관한 추억의 감상’ , 벽옹 일대기)
9월24일 ‘독립선언 사건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재판장이 한용운에게 물었다.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은 어떤가.” 그가 이리 답했다.
“자존심이 있는 민족은 압박뿐 아니라 행복의 증진도 받을 생각이 없다. 이번 독립운동이 총독의 압박에 저항한일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사천년 장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 언제까지 남의 노예가 될 것인가,” (1920년 9월 25일 동아일보‘) 그 어떤 간섭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한용운이 던진 말은 의미심상하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국가의 흥망은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나라든지 스스로 망하는 것이지 남의 나라가 남의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압제에 의해 나라가 사라졌지만, 나라가 망한 근본 원인은 내부에 있었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망국의 원인이 그러하니 조선은 조선인 스스로 부활시키도록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한용운은 ‘내가 감옥 에서 지은 글이 있으니 읽어보라’며 진술을 마쳤다. 각성覺醒없는 부패와 반성 없는 과거 집착이 나라를 사라지게 만든 근본 원인이라고, 일본인 재판장에게 당당하게 말한 각성한 승려였다.
제 나이 일곱 살적에 아버지를 여의게 되어 희미한 기억으론 아버진 서책만 읽는 점잔은 선비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아버지에게서 어찌 나 같은 돌아 이 돌연변이 후손이 나왔을까가 평생 숙제로 의문이었다. 오늘에야 그 해답을 찾았음에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이후 나에게 누구나 어떤 평가를 하던지 간에 나는 개의介意치 안으련다. 왜냐하면 100여 년 전 엘리트elite운동권인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닮은꼴 생에 최고의선물이 내겐 너무나 자랑스러워 서이다.

붓 가는대로 r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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