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소리)집착(執着)을 버리고 자연(自然)을 배워라.'
[2020-10-22]

 

두 스님이 시주(施主)를 마치고 절로 들어가던 길목에서 냇물을 건너게 되었는데, 그 냇가에 한 아름다운 여인이 물살이 세고 징검다리가 없어서 물을 건너지 못하고 발만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두 스님 중 한 스님이 여인을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되니 여인을 두고 서둘러 냇물을 건너자고 했다. 그러자 다른 스님은 그럴 수 없다며 여인에게 등을 들이대며 업어 건너 주겠다고 했다. 여인을 건네준 후 두 스님은 다시 길을 재촉하면서 길을 걸어갔다. 그러자 조금 전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스님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수도(修道)하는 몸으로 여인의 몸에 손을 대다니 자네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여인을 업었던 스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스님이 더욱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 “자네는 단순히 그 여인이 냇물을 건널 수 있게 도왔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여인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신성한 계율(戒律)이라는 것을 어찌 잊었단 말인가?” 그 스님은 계속해서 동료스님을 질책(叱責) 했다. 두어 시간쯤, 계속 잔소리를 듣던 스님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아, 나는 벌써 두어 시간 전에 그 여인을 시냇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자네는 아직도 그 여인을 등에 업고 있는가?”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내 계율(戒律) 속에 나를 너무 깊이 집어넣고 모든 걸 소유하며 살아가려 하고 있다. ‘내가 맞다’ 고 생각 하게 되면 상대방이 뭐라고 하던 상대방의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상대방과 어떤 일로 토론을 할 때, 상대방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내 생각과 다르면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고도, 인정하려고도 않을 뿐 아니라 상대방을 나쁜 놈, 죽일 놈 하며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기 일수 다. 그것을 사람들은 집착(執着)이라고 한다. 위의 두 스님 중 여인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는 그 스님도 ‘수도(修道) 하는 사람이니 여인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는 그 계율(戒律)의 집착(執着)으로만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냇물을 건너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여인을 여인이 아닌 사람으로 보지 못한 것이다.
반면 자연(自然)은 집착(執着)을 갖지 않는다. 숲에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떠나가면 떠나가는 대로, 바람을 잡으려고 하지도 않고 어떤 불평도 소리도 남기지 않는다.
기러기가 연못에 앉았다 헤엄쳐 놀다 고기를 물고 가건 말건 연못은 애써 기러기를 잡으려 하지도 않고 기러기의 흔적을 남겨두지도 않는다.
소나무 숲속에서 다른 나무 가지가 내 옆으로 다가와 내 가지를 밀치면 내가지를 양보하고 상대방 가지를 살려주면서도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숲속 달팽이는 빨리 달리는 노루를 부러워하지 않고, 바다에서 느긋하게 유영하는 거북이는 하늘에서 빠르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의 날갯짓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한로(寒露)가 지나니 아침저녁으론 쌀쌀함을 느끼고, 여름에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든 매미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매미는 땅속 에서 7년을 기다렸다가 성충이 되고, 이 세상에 나와서 10여일 정도 노래만 부르고 살다가 일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자연의 이치는 한번 왔다가 한번 가는 것이 일생(一生)이다.
행복(幸福)은 먼 곳에 있지도 않고, 먼 미래에 있지도 않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훔쳐 올 수 있는 것도 더 더욱 아니고, 단지, 내 마음 속에 고요하게 흐르는 물줄기처럼, 천천히 부드럽게 흘러가는 편안함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행복이다.
걸을 수만 있다면, 들을 수만 있다면, 먹을 수만 있다면.... 누군가는 지금 이 한 가지를 위하여 간절히, 간절히 기도(祈禱)를 한다.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에 비하여 많은 사람들은 기적에 가까운 행복한 일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어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또 다른 행복(幸福)을 찾아 헤매며, 쓸데없고, 후회할 집착(執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얽매여 살아가고 있음을 모르고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자연(自然)이 스승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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