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16'
[2022-09-23]

 

백서희

와 이리 덥노? 여름이 성큼 다가서네. 벌쎄로
가을이 오기까지 석 달 가까이를 오째 전디꼬? 가게 앞에 물이나 좀 뿌리고 있자.
어여 누님, 심심찮이 요새 좋은 일 없능기요?
순동아, 너 할 일 없나? 덥어서 일도 없는가베. 물비락 맞지 말고 저리가거라. 워이~
에이 카지 말고 막걸리나 한 잔 주소. 둘이 술잔이나 기울이 봅시다. 모처럼…
가라캉께. 넘들 숭하는 거 모르는 가베?
오랜만에 와카요? 뭐 기분 나쁜 일 있능기요?
아이고, 답답해서 안 그렇나? 아들 자슥 하나 있는 거 결혼 시킬라 카이 속상하네
며느리 보고 좋겠구마. 빨리 보내고 나하고 살마 되것네.
뭐라, 귀신 씻나락 까묵는 소리 고마 하고 저리 비키라.
차암, 이바구 해 보소. 무슨 내용인지 들어나 봅시다. 자 막걸리 한 잔 함시롱.
그래, 넋두리 해 보께. 이바구 벌로 몬 한다. 하도 말이 많애서
아들 딸랑 하나 있는 거 둘이 연애를 및 년 해 가지고 결혼을 안 시킬 수도 없고, 내가 모아논 돈이 쪼매 있는데 집을 사 주자니 대출 내야되고, 전세로 살다가 사라캉께 둘이 먼~ 작당을 했는고 꼭 사서 가야 된다꼬 우기네. 지는 벌어 논 돈도 없으민서…
너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라고 들어봤나? 자슥이 집 사 돌라 카마 살던 집 잽히서 사 주고 그 돈 갚을라 카마 부모는 어째 되것노? 안 사주자니 맘이 안 핀하고 어째야 좋을지….
그래요? 누님 그라마 이렇게 합시다. 내가 모아논 돈이 쬐끔 있는데 나한테 빌린다 카고 아들 이름으로 차용증 쓰고 월급 받아 되는대로 갚으라 카마 안 되것소? 내끼 누야끼고 누야끼 내꺼 아이요?
야가 야가 머라카노? 참, 능청스럽기는…?????
내 혼자 손에 쓸데가 어데 있다꼬? 내 이자는 안 받으꾸마. 그래하소 마.
(누님 인자 나한테 낚이기 생깄네 크 크 크)
끙, 아심찮네. 자슥이랑 상의 해 보고 연락 주꾸마.
그라고 자슥들 너무 오냐오냐 하마 베린다. 월급 받아서 빚 갚는 재미도 봐야 사는 맛을 알지. 부모가 다 해 주마 저거는 뭐 할낀데? 적당히 하소. 저거도 자립심이라 카는 기 있어야지
그거야 맞지만 워낙 살기가 팍팍하니 부모가 해 줄 수 있으마 좋지 뭐. 그나저나 연속극에 보이 요새 아들은 결혼하마 쫄보가 된다카데.
쫄보? 쫄보가 뭐잉기요?
쎄빠지게 일하고 집에 들어오마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고 좀 쉴라카마 설거지해라 빨래개라 청소해라 애 봐라 그카니 일주일 내내 쫄면서 지낸다 카더라. 요새 자슥들 불쌍하다.
그렁께 자기 바운다리 안에 오마 편안히 쉬어 조야 피로가 풀릴낀데. 우리 며느리도 직장을 계속 다닐 요량인데 손자 태어나마 봐 주야 안 되것나?
그거 골빙 든다 카던데. 오짤라꼬요?
그래도 얼매나 이뿌노. 그 맛에 보는 기지 뭐. 그기 사람 사는 거 아이것나. 죽으마 썩어질 몸 성할 때 마이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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