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27)'
[2023-05-11]

 

~경청~

백서희

야, 굼이야 우리 어릴 적에는 과수원 있는 집은 부자라꼬 그켔데이
아지매, 지끔은 그라마 안 그런기요?
지끔도 그렇긴 하지, 그런데 그때는 사과가 아주 귀했다 아이가? 제사 때나 맛봤지 평소 때 묵었나 오데? 껍디기 채로 갉아 묵었다 아이가. 나 시집살이 이약 해 주까?
어땠는데요? 들어 보입시더
가난한 농태꾼 집안에 결혼을 해서 온께로 때꺼리도 겨우 장만해서 묵더라. 거기다가 시부모 봉양해야 되제, 농사일 거들어야 되제 내 시간이라꼬는 하나도 없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아예 엄두를 못냈다. 서슬퍼런 시엄니 눈꼬리 올라 갔다카마 알것제?
그랬어예? 몸고생 마음고생 말이 아니었겠네예?
임신 했을 때도 사과가 하도 묵고 싶어 미치겠더라. 남편이라꼬 얘기하마 지 엄니 눈치나 보고 어무이한테 말 하라카데. 마마보이도 아이고 콱 고마. 내가 지 하고 무신 관곈데?
무촌 아이가. 촌수로 저거 어무이랑 누가 가깝노? 사람도 믹이가미 일을 시키야 될 거 아이가? 더군다나 홀몸도 아인데
그러게요? 요새 같으마 보따리 싸고도 남을낀데…
하루는 장날 모자지간에 갱운기 끌고 쌀을 팔러 가는데, 오늘은 사과 좀 사 올낀가 싶어 고대를 하고 있었지. 왔는데 갱운기에 보이 사과가 3개 있더라, 아이고 올 신랑이 기특하네 싶어 얼른 내다가 정지에 가서 숨 쉴 새도 없이 먹어 치웠다 아이가…
에고 얼마나 간절했으면…
문제는 그 담에 일났다 아이가
무슨 문제가요?
시엄니가 불러서 갔디만, 갱운기에 사과 있다꼬 가져 오라카데. 그래서 내가 묵었다꼬 했디만, 넌 시엄니 묵어보라 소리도 안 하고 니혼자 처 묵었냐꼬 얼매나 구박을 당했는지 원, 딸 같으마 그카겠나?
마이 서운하셨겠어요
지끔 생각하마 시엄니 앞에서 콱 토해 내고 죽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되는데. 내가 워낙 인내심 있고 교양이 있잖여 떡 빌듯이 빌고, 아이고 나는 양복 입은 뱀 짓을 못해.
정서적 학대가 말이 아니었네요? 요즘처럼 며느리 떠받들고 사는 시대에 들으니 먼 나라 얘기 같애요.
지끔 젊으이들은 시대를 잘 타고 났다고 해야되나 모르것지만, 그때는 귀머거리 벙어리 안 되마 전디 내지를 못했다 아이가.
아지매, 고생해도 건강히 계시니 노래 교실도 가고, 여행도 가시고 큰소리도 치고 그때의 희생을 조금이나마 보상 받고 계신 거네요.
그런가? 사는 날 꺼정 건강하게 살다가 자슥 고생 안 시키고 자는 잠에 가야 될낀데…
아지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운동, 감사, 긍정! 손자들 재롱도 보시고…
굼이네가 들어주이 늦었지만 반 분 풀맀다.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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