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32)~썸 타는 사랑~'
[2023-08-24]

 

백서희

정연아 잘 사나?
어이구 오짠일이고? 참 꿈에서나 보나 했디만 이런 날도 있네. 그래 오째 지내노?
얼매전에 인도 여행 갔다 왔다
좋더나 가시나야, 나 좀 델꼬가지
야, 뉴델리에서는 시내를 걸어서 다니기 힘들데이. 목이 메케해서 숨을 쉴 수가 없더라.
와 그렇노?
온통 스모그로 뿌옇게 덮이서 명징한 햇빛을 보기가 어렵데이 참말로. 멫일 있어 봉께로 매일이 그렇더라. 가들은 그기 일상이 되뿟더라. 그 곳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온 시내를 누비고 다니지만, 그런데서 오째 숨을 쉬고 살 수가 있는지 원.
공기 좋은데 천지던데 오째 골라도 그런데로 갔노?
델리만 그렇지 거기 벗어나마 개안타.
그래? 안 가봤응께로 잘 모른다 나는
넓디넓은 땅덩어리,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인구, 수많은 힌두교의 신들, 생각해 보마 무슨 거대한 집단의 무거운 바우 같은 느낌이라
잘했네. 다음 갈 때는 나도 델꼬 가라 친구야
내가 머할라꼬 이 이약을 꺼냈노 할 일 없이? 그 때 여행가서 하도 고생을 해가 미세먼지 카마 인도 생각난다 아이가
인자 이 촌에도 미세먼지가 덮이서 때로는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케싸도 공기 좋다꼬 그 이약 할라꼬 전화 했다 아이가. 니 바뿔낀데 내가 잡고 씨부맀는 갑다
개안타 손님 없다 아직, 너도 한 번 댕기가라. 나랑 옛이야기도 하고 얼굴 좀 보자

과수띠기 오째 심기가 불편나? 안색이 별로네. 빙원 가야되는 거 아이가 갔다 오이라 내 가 지키고 있으꾸마
아이고 아이라예 행님, 손님이 온다케서 기다리는 중입니더
누님 기다맀는기요 늦었지요
(아니! 자들이 그렇고 그런 사인가? 근데 순동이는 그래도 총각 아이가 총각이 과수와 눈이 맞는다? 쫌 거시기 한데. 그래 논께 사람들 눈치 챌까 전전긍긍 이었구마. 참, 등잔 밑이 어둡다 카디만도 하기사 시상이 하도 바끼 쌍께로 요새 그런 기 흠이 되나 말이지. 과수고 총각이고 저거 좋으마 그마이 아이가.)
어, 순동이 왔나 여개는 어짠 일이고?
(머리를 긁적이다 멋쩍은지)
아지매 오싰는기요 건강은 좋지예. 오랜만입니다. 마, 막걸리 한 잔 할라꼬예. 오늘은 일도 끝났고 푸근히 앉아서 세상 돌아가는 이약도 하고 편하기 쉴라꼬예
그렇나, 쥔장 막걸리 한빙 주봐라 순동이랑 한 잔 마시보자 오랜만에
아이구, 예 아지매 한 잔 하입시더. 누님 돼지 김치찌개 되능기요? 되마 좀 낄이주소 오랜만에 아지매랑 묵으마 맛이 있을랑가?
(순동이는 목적과는 달리 동네 아지매랑 막걸리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속은 좀 까맣게 타 들어가는데)
누님도 이리오소 같이 입 대 보자꼬요
그라까
(순동이는 과수댁이랑 단 둘이서 오붓하니 정전기 일어나는 것도 맛보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방해꾼이 끼어들었다. 요즘 들어 순동은 밤낮 시간만 있으면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과수댁이 저를 좋아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아 초조한 마음이다. 새파란 나이에 짝사랑을 해 보고는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순진한 총각이다. 마흔이 넘도록 뭐했을까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동네 가게를 들락거리며 과수댁이랑 농도 주고받고 스스럼없이 지내다 보니 시나브로 정이 들었나 보다. 미상불, 마음이 답답할 때면 가게 앞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한다. 그러면 과수댁이 찌개도 끓여 주고 밥도 주고 외롭지 않게 다독이곤 했다. 그러다 보니 과수댁도 순동이가 보이지 않을 때면 궁금하기도 하고 뭘 하고 있는지 전화를 하고 싶지만, 처녀 총각도 아니고 대뜸 전화하기도 그렇고 꾹 참고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루는 뒷집에 사는 식이 어머니가 가게에 다시다 한 개를 사러 오더니 이상한 이야기를 꺼냈다. 과수 띠기야 너도 살날이 아직 멀었는데 청춘을 썩힐끼가? 하면서 개가하기를 넌지시 의중을 떠 보기도 했다. 과수댁은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그 때 속을 들킨 것 마냥 얼굴이 화끈거렸었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썸 타는 중인데 ‘혹시 저 아지매가 아는 거는 아이것제’ 가슴이 쿵쿵 방망이질을 했더랬다. 그렇지만 감추기를 해야 될 것 같아 ‘오데 좋은 남자 있는 기요? 있으마 붙이 보이소’ 하면서 능청을 떨었었다. 과수댁은 그날로 마음을 더 다잡았다. ‘암만, 모르겠지 지레 겁 먹지말자.
순동은 고등학교를 졸업 하던 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후 아버지까지 돌아가셔서 혼자 지내는 총각이다. 타지로 나가 직장 생활을 3년 정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중장비 기술을 익혀 지금은 바쁘게 불려 다닌다. 사랑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노총각으로 나이 들어 가고 있는 처지라 동네에서 내 일처럼 걱정하는 이웃들이 많아 중매를 넣기도 한다. 그 때 마다 순동이는 맘에 들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았다. 어떤 때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아가씨라도 맞선을 보라고 권유를 했지만,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만 했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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