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무에 대한 징크스'
[2017-05-18]

 

수명壽命이라 함은 생물이 살아있는 연한을 말한다. 나무는 수명樹命보다는 수령樹令이라고 하여 나무의 나이로 친다.
유서由緖깊은 모암헌帽巖軒 모암선조를 기리는 <모암유업帽巖遺業>의 현판이 걸린 우리 집에 불행하게도 본인의 대代에 와선 가세가 기울었다.
회고컨대, 조부님이전 윗대는 차치하더라도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한국전쟁(6·25) 발발한 그해 내 나이 7세로 세상을 모르던 때였다.
같은 해 할아버님이 세상을 뜨자, 그해겨울 상복을 입은 채 아버님, 형님도 불의의 객이 되었다. 이듬해 종형이 돌연전사하시니 우리 집엔 줄초상이 났다.
정원에 노송老松이 축 휘어져선 그네를 매어 타고, 나무위에 올라가선 말 타듯 유희遊戱하던 그 추억의 소나무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해 고사枯死 했다.
대밭 대나무가 다 말라 죽으니 그 많던 재화가 내게서 나갔다. 담장牆밑에 숨어있던 뿌리가 다시 나와선 많이 번질 즈음엔 나의직장 생활이 원만해 졌었다. 대밭이 씨도 없이 다 없어지듯 하니까 살림이 완전히 거덜이 났다. 그런 연유로 노거수에 대한 징크스를 가지게 되었나 보다.
지금은 대밭이 다소 원상회복 되어 가는 중이다. 그렇게 되기까진 반평생50여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대나무꽃은 참 보기 어려우나 그 꽃을 보는 것이 비유하여 아마 좋은 조짐은 아닐 것 같다.

어잠승려녹균헌
於潛僧 綠筠軒
밥먹는데 고기야 없어도 되지만
可使食無肉
사는 곳에 대나무 없으면 안되지
可使居無竹
고기 없으면 사람이 여윌 뿐이지만
無肉令人瘦
대나무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하네
無竹 令人俗
사람이 야위면 살찌울 수 있으나
人瘦尙可肥
선비가 속되면 고칠 길이 없네
土俗不可醫
옆 사람 이 말을 비웃으며
傍人笑此言
고상한 듯 하면서도 어리석다 하네
似高還似癡
만약에 대나무를 대하면서 고기 실 컷 먹을 수 있다면
若對仍嚼
세상에 양주학揚州鶴이란 말이 어째서 생겼겠는가.
那有揚州鶴
소동파의 詩이다.

양주학 이란 관직과 부를 갖고, 학을 탄 신선까지? 다 누릴 순 없다.
대문 옆엔 「수령2백 여 년 된 키가, 약 30m이고 둘레가 두 아름 되는 회화나무 한그루가 있다」 이 나무는 5월 상순까지 잎이 피지 않아 죽었나 싶었다. 이 나무가 갑자기 죽었다고 여기니까, 중병을 앓아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내게 변이 올 것을 알 곤 신령스런 괴목 槐木이 자진自盡했을까? 하는 왠지 찝찝하고 불길한 생각이 엄습했다. 나무 중에 대추나무 잎이 가장 늦게 핀다기에 이웃에 비추어 봐도 우리홰나무만 싹이 틀 가망이 없어 보였다. 나무를 살펴본즉 전기 줄이 감겨선 이웃집에 연결되어 있었다.
혹시 전기 류 에 감전사 했을까?란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한전에 조심스럽게 물어본즉 원칙적으론 그래선 안 되다고 했다. 그러면 임의로 제거해도 되느냐고 한즉 위법이라는 것이다. 한전에서 나와 보곤 통신선과 유선방송선이라서 조치를 했다는 전언이다. 감사와 아울러 사다리가 있으면 혹시 움이 트는가를 봐달라고 했더니 싹이 튼다고 하 길래 안도 했다.
보호수 관련기관에 신청을 하여 제대로 보호를 받아 건강하게 천수天樹를 누리도록 해주고 싶다.
「동거동락하던 노거수가 죽으니까 권솔이 사망했고, 대밭에 대나무가 사그라지니 가산이 기울더라.」는 내 인생역정人生歷程의 일절이다.
林扶陸의 붓 가는대로 r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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