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억대 내기 골프
작성일: 2005-02-28
요즘 항간에 내기골프의 무죄판결로 여론의 파고가 높다. ‘도박골프’의 기준은 뭘까 대법원은 2003년에 “거액의 내기골프는 도박죄로 처벌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억대 내기 골프를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 법원이 “내기골프는 도박이 아니므로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분분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박은 화투나 카지노처럼 승패의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라며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이 지배적으로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운동경기인 골프는 도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운동경기에서 승패에 재물을 거는 경우를 도박죄에 포함한다면 국가대표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받는 포상금이나 프로 선수가 일정수준이상의 성적을 거둘 때 추가로 받는 성과급도 도박으로 봐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10억원대의 ‘내기골프’친 혐의로 기소된 모 그룹 회장은 1심과 항소심에 이어 2003년 대법원에서도 상습도박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내기골프’가 도박죄로 처벌되는지 여부를 별도 쟁점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이에 형법학자들의 의견도 ‘우연’이 승패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면 도박이 된다는 것이 대세다. 골프를 치면서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예는 과거에 수없이 있었지만 단속이나 적발 발할 방법이 없었을 뿐이다.
기자는 골프장이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던 시절인 1세대 전에 100파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기골프’를 해서 몇 십만 원을 잃은 적이 있다. 동반한 싱글골퍼를 나의 캐디가 라운딩 매너가 나쁘다고 투덜대길래 이유를 물은즉 고수가 초보자와 내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공 한 개, 장갑 한켤레, 양말, 티 등 부담 없는 소품을 걸고 재미로 하는 것이지 쌩초보에게 큰 돈을 따는 것은 도박이라고 단정, 도우미로부터 뼈있는 지적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 지역만 해도 농한기에 삼삼오오 마을회관, 노인정 등 모였다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화투판이다. 점에 백 원 동전 노름이 고작이나 수입이 전무한 고령자에게는 단돈 몇 천원도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다방출입이나 화투놀이를 할 수 있는 노인은 선택받은 사람 축에 든다. 이것도 신고를 하면 즉각 도박했다고 법적 제재조치를 받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지난20일 한 타에 최고 100만씩 걸고 1년6개월에 걸쳐 판돈 14억여원짜리 내기골프를 친 상습도박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빈부, 도·농격차는 물론 법의 형평성에 있어 기울기가 고장난 저울과 같고, 나의 캐디가 남부지법 이판사보다 한 수 위인가 싶다. 이러 한 법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다고 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