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대학교육 부문 평가에서 전세계 60개 조사대상 국가중 59위를 차지했으며, 2003년에는 30개국중 28위를 차지했다.
IMD의 2003년 조사 중 우리나라의 고학력자 비중은 3위로 높았지만 대학교육 경쟁력 28위, 고급기술자공급 25위 등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대학·기업간 연계는 16위로 중위권에 그쳤다. 지난해 세계 100위권 대학 발표에도 우리 대학은 한곳도 포함되지 못했으며, 기초학문 연구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인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순위 100위권에 드는 대학도 서울대 한 곳 뿐이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오늘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경쟁력 현주소는 이렇게 ‘비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최근 교육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학개혁' 특강에서 “우리 경제 규모와 위상에 걸맞게 세계 10위권에 우리대학 1, 2개가 포함돼야 한다”며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질적 수준과 경쟁력, 대학교육과 산업현장과의 괴리, 학교간 경쟁 부족과 퇴출 시스템 부재, 각종 규제로 인한 자율성 부족이 현재 우리 대학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타의에 의한 구조조정의 한 가운데로 몰리고 있다. 대학개혁과 구조조정은 이제 대세가 되고 있다.
■ 지난해부터 대학 구조
조정 가시화
고등교육의 양적 증가로 우리나라의 전문대학, 4년제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1990년 33.2%에서 지난해 81.3%로 2배이상 증가했다. 이에따라 대학생수도 1970년에 비해 약 18배, 대학원생수는 41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대학 입학정원이 대학 지원자보다 많은 기형적인 ‘공급초과현상'이 심화되며 지방 소재 전문대학 및 4년제 대학의 미충원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전문대학 미충원율은 수도권 2%, 지방의 경우 28%에 달했으며, 4년제 대학의 경우 전남 33%, 전북 29.1%, 강원 24% 등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 위기에 대한 대학 안팎에서 공감대가 확산되며 지난해부터 대학들의 자발적인 통합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와관련, 교육부도 지난해 말 '대학구조개혁방안'을 발표하며 대학 구조조정에 가속도를 붙였다.
■ 지방대학들 대학 통합 활발
대학 구조조정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바로 공주대학교와 천안공업대학간 통합 사례. 두 대학은 지난해 11월 교육부의 통합 승인을 받고 2005학년도 정시모집부터 통합 신입생을 뽑으며 지난 3월1일자로 통합에 골인했다. 통합을 통해 양 대학은 유사·중복학부(과)를 통폐합, 공주 공과대학 6개학부(14개 전공)와 천안공대 16개학과가 9개 학부(24개 전공)와 1개학과로 전면 개편됐다. 입학정원도 1652명에서 702명(42.5%)을 감축, 950명으로 줄였다. 또 행정조직 3개부서, 보직 8개, 직원 5명(건축직 1명, 기능직 4명) 등을 감축했다. 이에따라 교수 1인당 학생수 역시 33.5명에서 24.7명으로 줄었다.
양 대학은 통합을 통한 조직 구조조정, 시설 공동활용 등으로 매년 약 60억원의 대학운영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주대 기획연구과 이진묵 교육계장은 “교명변경 논의 등 통합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지만 통합과정에서 당위성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반대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며 “통합이 이뤄진 공과대학의 경우 950명 모집에 1900여명이 지원했으며, 등록률 100%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교육부 고등교육 정책과 박백범 과장은 “양 대학의 통합은 대학간 통합 및 연합을 논의하고 있는 국내의 많은 대학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공학분야 특성화를 통해 지역산업과 연계된 교육 및 지역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경상대와 창원대는 지난 2004년 4월 2006년 통합을 목표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부산대와 밀양대도 2006년 3월 마무리를 목표로 통합 논의를 벌이고 있다.
충남대와 충북대도 오는 7월 통합계획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며, 전북대·군산대·익산대와 광주·전남의 국립대학들은 연합대학체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원지역 5개 국립대학간에는 단게별 통합 추진, 대학, 학과간 통합 병행 추진 등 통합논의가 활발히 오가고 있다.
◆외국의 대학개혁 사례
세계 각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입학정원 축소, 산학협력 및 대학특성화를 통한 대학구조개혁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일본은 지난 2001년 문부과학상의 이름을 딴 '도야마 플랜'을 통해 국립대학 재편성 및 통합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방의 신설 국·공립대학에 의과대 등 단과대 성격을 가진 대학을 흡수·통합시키거나, 같은 지역의 비슷한 성격의 대학들을 합치는 방법으로 2002년 101개였던 국립대학을 2년만에 89개로 통·폐합했다.
2002년 야마나시대와 야마나시의과대가 합병됐으며, 2003년에는 도쿄상선대와 도쿄수산대가 도쿄해양대로 통합됐다, 또 국립 기후대학과 공립 기후약학대학, 교원양성계 대학인 오사카·교토·효고·나라 교육대가 각각 통합을 협의중이다.
사립대 역시 활발한 구조조정이 이뤄져 지난 2002년 같은 법인에 속하는 3개 대학이 '오사카국제대학'으로 합쳐졌으며, 지난해에는 릿시칸대가 구레대의 '사회정보학부'로 합병됐다.
중국의 경우 21세기에 100개 대학을 세계 일류대의 대열에 오르게 한다는 프로젝트인 '211공정'에 따라 1996년부터 5년간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정부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 중점대학 집중지원 등을 통해 92년부터 2002년까지 총 733개 대학을 288개 대학으로 합병하는 구조개혁을 강행했다.
핀란드는 지난 92∼93년 경제위기 이후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200여개 직업기술훈련원을 지방자치단체별로 최대 8개씩 묶어 4년제 직업기술대학인 ‘폴리테크닉' 33개로 통합했다.
현재 이 대학에는 7만5000여명이 재학하면서 직업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폴리테크닉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며 기술·상업·보건분야의 서로 다른 2∼8개의 직업교육기관들의 연합협약에 의해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