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시편]

작성일: 2018-04-06

구시렁조(調)


내일 저 감악산자락에 간대두
아무 여한이 없다오.

이래 뵈도 큰 애기 시절
아주까리기름 발라도 보고
단오 날 밤 숲에서 그네도 타 봤다오.

금귀봉 위로 오색 무지개가 걸린 날
에그, 마음 달떠
저기 가는 저 도령, 그런 가락 아니면
손가락 찔려가며 베갯모 수를 놓았더랬지요.

그 사변을 겪고서는
궁싯거린 적이 하루 이틀 아닐 테지만
냇가 둥구나무, 혹간 한들께 바람이라도 쐬면
그게 약손, 답답던 가슴이 뻥 뚫리지.

아, 이런 쫀득한 세상
어느 타지, 후생에선들 얻어 걸리겠소?

-시인 신중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