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死計
작성일: 2004-05-31
늙어서 육체는 시들고 추악해져 친지와 이웃들로부터 소외받고 천덕꾸러기가 된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고독과 권태의 연속이다. 가끔 유일하게 꿈틀거리는 호기심이 있다면 자살에 대한 호기심이다. 앙드레 모로아는 “죽음의 기술"에서 인생의 호기심 중에 가장 큰 것은 죽은 후에 펼쳐질지도 모를 또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라 했다 .
혹시라도 건너기만 하면 이승의 일을 완벽하게 잊어버리는 망각의 강이라도 있는지 아니면 타고돌면 이승에서 정들었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회전목마라도 있는지 알바 아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음에 대한 記述은 수없이 많아 宋나라때 朱新仲이라는 사람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편으로 生計,身計, 家計, 老計, 死計,도합 人生五計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중 死計라는 것은 뭇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은 것은 첫째 천수를 다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요 둘째는 가족을 떠나 캄캄한 저승을 헤멜 고독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 셋째 이승의 부귀와 권세를 버려야 할 서운함일 것이요 넷째는 하고자 하는 일을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과 끝으로 자손의 영화를 못보고 가야 만 하는 안타까움 때문일 것인 즉 이것들을 극소화 하기 위해서는 노후 작업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대비해 나가는 것이 死計라 했다. 明宗때 한양에 소문난 점쟁이로 홍계관이란 사람은 한평생 길흉을 점치는데 털끝 만큼도 틀림이 없었다. 그는 어느 대감의 죽는날까지 점쳐 두었는데 그 대감은 위 朱新仲의 死計를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유언을 작성하고 家訓을 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로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 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이 와도 죽지 않자 홍계관을 불러 물어 보았다. 홍계관은 꼼꼼히 따져보다가 “대감께서 옛날 남몰래 베푼 음덕이 있어 수명이 몇년 연장 된 것입니다"하며 잘 생각해 보라 당부했으니 그 대감은 사실 오래전에 대전수라를 담당하는 별감이 금술잔을 훔쳐 자기집에 가져 간 일이 있었는데 들추면 큰벌을 면치 못할 것을 염려하여 제자리에 갖다 두도록 훈계하고 없었던 일로 한 일이 있었다.
홍계관의 말대로 그 대감은 몇년 더 살다가 죽었다.
잘사는 것 못지 않게 잘 죽는것 역시 중요하다. 애리히프롬은 소유인간에서 존재인간으로 발돋움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갖는데만 급급한 소유 인간은 아무리 잘 살고 권력과 명예가 있더라도 자기 나름의 인생을 정립하지 못한다. 자기 나름대로 인생의 뜻을 찾고 즐기는 존재 인간이야 말로 유아독존일 수 있다. 엇그제가 석가탄생 사월초파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