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 대로)무례한 인사
작성일: 2020-12-03
일전에 모처에서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났다. 나이 들어 다들 영면 몇 안남은 처지라 반갑고 마침 점심약속이 있어서 같이 가기를 권했다. 집에서 먹었노라 며 사양을 했다. 듣자하니 그 친구는 매식을 안 하고 또 주점에서 제 돈 주고 남에게 술 한번 산 적이 없는 자린고비로 머리카락에 홈판다는 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난 어릴 적 친구로 대했을 뿐, 것 치레로 한 빈말이 아니었는데, 그 친구가 내게 건넨 말인즉 너는 배가 왜 그렇게 튀어나왔냐고 말했다. 대답하길 중국우한 폐렴으로 집에 틀어박히어 술을 많이 먹고 잠 많이 자곤 누어서 지내는 생활패턴이 바뀌어 몸이 불었다고 걱정을 했다. 그 친구 그리 대화가 궁할까! 오랜만에 만난 내게 건넨 인사말 치곤 듣기에 거북한 더 심한 말을 연거푸 세 번을 더했다. 한센 병 후유증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흉한 사람을 보고 왜 그 모양 그 꼴이냐고 말 할 수 있을까?
예절의 관습을 신봉하는 성균관 향교에 나가는 그가 오랜만에 만난 내게 대하는 예법 치곤 유가의 주자가례를 모르는 무지렁이 잡배보다도 못 하단 생각을 했다.
인사는 마주대하거나 헤어질 적에 예를 표하여 절하는 행동이라고 사전에 적고 있다.
내게 자주 보는 후배 두 사람은 헤어질 땐 꼭 큰길까지 나와서 배웅을 한다. 앉은자리에서 헤져도 무방하고, 자리에서 일어서기만 해도 될 것을, 아니면 문 앞에서 배웅 하면 되련만, 큰길까지 꼭 따라 나와서 운전 조심하라며 공손히 절하는 약간은 격이 다른 인사치레가 처음 엔 간지러워서 두드러기가 일었다. 만류해도 듣질 않아 그건 그 사람의 예절행위거니 여겨 간섭을 않았다. 나또한 내 집에 온 손을 맨입으로 보내지 않아 그 후배와 거의 같은 배웅을 하기 에 마음으로부터 울어나는 그 인사에 감사하고 있다. 또 다른 후배는 양손을 포개어 명치위에 올려서 공수를 하곤 합장하는 예절바른 인사에 고마움을 느낀다.
나는 고관대작으로 지위가 높고 훌륭한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내게 환심을 사거나 잘 보이려고 알랑거려 아첨阿諂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띠 동갑으로 십 여세 나이 적은 친구이기에 그런 인사를 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인품이자품격이라 믿는다.
성격이 직선적이고 모난 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쓰는 말씨나마 어른아이 上下구분없이 두루 경어 존칭어인 높임말을 쓰기로 정한바 실행하고 있다. 불편해 하는 이들도 없지 않으나 나의 습관이라 말해 준다. 어쩌면 성격이 곧고 모난 쌩 뚱 맞은 내가 별 탈 없이 살아온 방편인지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다. “고운 말씨엔 반듯이 고운 말이 돌아오는 법” 내 동창생처럼 공연히 남의 외모를 치켜들어 막말을 한다면 그것은 인사치곤 잘못된 가려야 할 무례한 언사이기에 삼가자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