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작성일: 2022-01-20


백인숙
안채 곁에 달아낸 허름한 건물
세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
탁자하나 의자 몇 개, 뒷방 한 개
벽면엔 고무장갑이며 과자, 꽁치, 통조림이 옹기종기
좁은 방 입구에는 벌써 신발이 서너 켤레
하루 중 어김없이 들락거리는 단골손님은
60평짜리 코아루 사는 홀아비
아침마다 등산을 하고는
꼭 그 가게 문지방을 넘는다
마음씨 좋고 솜씨 좋아 보이는 쥔장 아줌마
“어서 오이소”
“오늘은 날이 좀 춥지예”
“아이고 춥기는, 여게만 들어서마 살살 녹는데…”
막걸리 한 사발에 오뎅탕, 김치찌개
나라 살림살이며 동네 대소사 걱정까지
한나절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네

무쇠 솥에 삶아놓은 고구마 몰래 덜어먹던 그 때
사람 냄새가 물씬
정겨운 나들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