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꾸라지인가 우리운전문화

작성일: 2005-05-09

거창시내든 외곽도로든 차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누구나 체험하고 느끼는 여러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는 그 도로 위에서 뭇 인간들의 발가벗은 이기심과 거리낌없이 상호 격돌하는 도로는 일상적인 생존경쟁의 전투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로는 차들의 상설서커스 장을 방불케 한다. 옆 차선이 조금이라도 잘 빠지는 듯 하면 잽싸게 끼어들고 금세 추월해서 줄행랑치는 차들을 자주 목격한다.
거창시내 곳곳 사거리에서는 다방차량들의 전투적인 운행 행태로 인해 언제 끼어들지 빨강불에 전속력 질주하고 푸른신호등을 믿고 길을 건너도 되는 것인지!
무서운 일이다. 사실 우리는 매일매일 격렬한 시가전을 치르며 숨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의 사거리는 신호등 대신에 “4-way"라는 팻말이 달려 있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어째든 이 팻말이 달려 있는 곳에서는 그 교차로에 제일 먼저 도착한 차 순서대로 직진을 하던지 좌회전을 하든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게 되어 있다.
사실 이러한 “4-way"도로 표지판은 그들의 자유주의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제도가 정착된 선진국은 의식 수준과 사회적관습이 제대로 자리하고 있으며 국민들 역시 제대로 된 자유주의를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역대로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그렇게 목청껏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품있는 자유주의를 한번도 가까이 해본 일이 없는 것이다. 우리 현실을 살펴보면 서커스장 같은 도로 여건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또 서로 믿고 운전대를 잡는다.
언제 어느 차가 갑자기 끼어들것인지 앞지를 것인지를 지혜롭게 판독하는 법을 익혀 나가면서 인간 심리학자가 되어 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도로 위에서 엄연한 운명 공동체인 것이다. 그 시간과 공간의 폭을 넓혀 생각하면 인생의 동료 여행객이 되는 법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적전상륙이나 하듯 서로 적군처럼 노려보며 경쟁해야 할까? 그리고 또 계속 미꾸라지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선진국민으로서 여유를 가지고 양보와 관용을 가지고 운전 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