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대로>악기 하나는 배워야 한다.

작성일: 2005-05-23

20여 년 전 어느 날 저녁 TV를 보다가 채널을 고정시켰다. 내용은 당시프랑스 대통령이 연설하러 큰 극장무대를 걸어나오다가 한켠에 놓인 그랜드피아노 쪽으로 다가가 않아 쏘나타 한국을 치는 것이었다.
연주를 끝낸 대통령은 유년시절에 배운 곡인데 무대의 피아노를 보자 즉흥적으로 충동이 일어 쳤노라고 말했다.
아! 선진 문화 국 프랑스의 척도가 이런 것인가 싶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치도록 부러워 한 적이 있다.
또 어느 해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달했을 때 민주당 클린턴 후보는 공화당 후보에 비해 너무 젊어서인지 왠지 우방국 대통령으로서 믿음이 가지 안는 것 같았다. 그럴쯤 유세 중 쉰 목소리로 너무 목이 아파서 연설을 할 수 없다며 색스폰을 목에 걸고 고교시절 부라스 밴드 부에서 배운 나팔을 불어 연설에 대신하겠다며 아! 목동아 인가를 연주하는 장면이 너무나 멋져 보였 다. 이러한 후보자라면 당선되겠다는 정반대로 시각이 바뀌어 되겠다는 감이 왔고 결과는 당선되었다.
필자는 슬하에 연년생으로 형제를 두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과외로 태권도와 피아노를 가르쳐 기초가 된 후에 제 어머니와 같이 클라리넷 개인교습을 시켰다.
제 에미는 한달 정도하고는 가사 핑계로 손들었는가 하면 형은 일년쯤 한 어느 날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여 후회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그만두게 했다.
막내는 징징 짜면서 연습부족으로 훼초리로 맞아가며 3년을 배우고 나서 저도 그만두면 안되겠느냐고 하 길래 정 하기 싫으면 그만해도 되지만 위의 두분 대통령 할아버지의 예를 들어주고 아버지는 정말 악기하나를 다뤄보고 싶었으나 시골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배우지 못했다고 전문연주가가 되라는 것이 아니고 험한 세상 살다가 보면 괴롭거나 즐거울 때 한번은 스스로를 위해 쓰일것이 분명하고, 너이 모자가 합주를 하면 너무나 좋을 것 같아서였다는 설명을 길게 하여 6~7년 배워 작은 아들은 선수가 됐다.
그 아이가 중학생된 겨울 학교에서는 장기 발표회가 있었다.
간혹 연습때 보면 박자계를 틀어놓고 선생님과 합주를 하는데 박자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에미와 다투다가 박자계를 던져 못쓰게 만들기도 했다.
장기자랑에서는 자연스럽게 반 대표로 독주를 했는데 학생들과 선생님이 밤무대 같다며 칭찬을 해주더라고 기분좋아 했다.
어려운 박자를 어떻게 안 틀리게 연주했느냐고 물은즉 디지탈 박자계는 크기가 휴대폰 크기여서 동복 주머니에 넣고 연주했다는 것이다.
년초에 군청 문화센터에서 국악기 가야금, 대금, 피리강습생을 모집했다.
늘 하고싶던 차에 좋은 기회여서 입학을 했는데 이주일을 불어도 삐 소리조차 낼수 없어 다른 수강생과 수준차가 너무커서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나와 비슷한 공무원 한분과 같이 그만 둔 것이 못내 서운하다.
아코디온이나 하모니카, 기타나 무슨 종목이든지 재도전하여 잘 배워서 아들과 같이 연주 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바라면서… ♧
r200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