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69 ~선택의 선물~ 수필가 백인숙

작성일: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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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태식아, 우리 오랜만에 막걸리 한 잔 하자
막걸리 좋~지. 저녁답에 나들가게로 오이라, 그 누님은 잘 사는지 궁금하네. 본지 오래라…
그 누님이 누고?
와, 나들가게 안 있나, 순동이랑 재혼 한 그 옥자 누님 말이라
아, 맞다 우리가 고향에 자주 오지를 몬 하니께 잘 모르것네. 잘 살고 있겠지 뭐

와~~ 누님 오랜만이요, 순동이는 어데 갔능기요?
아이고, 태식씨, 무영씨 얼마만이고? 잘 묵고 잘 사는지 여전 하시구만…
누님도 못지않소 세월이 비끼 갔구만, 아직도 봐 줄만 하요 고우시고 흐흐… 그래 지끔도 깨가 쏟아지요 어떻소?
아이고 말도 마, 남자가 한 집에서 쬐끔 사이께 변질이 되뿌리더만, 남자 다른데 없더라
어째 변질이 됐단 말인고? 그라마 고소하던 깨는 다 곰패이 핐단 말이가?
자상하고 다정하던 사람이 고마 살 부비고 세월이 흐르이께 군림 할라 카고 누가 거창 토배기 아이랄까 봐, 아침나절에 나가서 코빼기도 안 보이는구만
순동이가 그렁기요? 참 몬 보던 성미네…
저게 온다. 쉿~!
순동아 잘 있나, 오데 갔다 오노?
어이, 오짠 일이고 반갑다야, 휴가 받았나?
어, 휴가다. 코로나 땜에 안 올라 카다가 답답하기도 하고 고향 산천도 보고 잡고 이참 저참 우리 둘이 모치자꼬 전화해서 왔지
여보야, 막걸리 가지와 봐
순동아 누님한테 인자 말버릇이 없네
와, 내 말버릇이 오때서 카노?
누님아이가 그래도?
그라마 맨날 누님누님~ 카고, 이랬소 저랬소 그카까?
그래 너 누님보담 나이 네 살이나 아래 아이가?
살다보마 위아래가 어데 있노 남편은 하늘이고 마누라는 땅인데
하이고, 이 자슥 이거 쫓기 나기 늦었네, 지끔이 오떤 세상인데 조선시대 호래이 담배 푸는 시절 이야기 해 쌌노? 너 잘몬 하마 졸혼 당하겠다. 외롭다 카지 마라이~
치와라, 내가 고분고분 하이께 기 오를라 캐싸서 안 되것더라. 이것도 연구결과 아이가?
하하 그렇나? 늦장가 들어가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나눠 묵고 해야지 철 좀 들어라
에고~~ 모르것다 한 잔 하자
철늦은 인생을 위하여 건배!
야 순동아, ‘인생은 어떤 것이 아니라 항상 어떤 것이 되는 기회, 바로 그것이다.’ 이 말 누가 했는지 아나?
내가 오째 아노 임마, 그런 애매하고 철학적인 말은 나한테 하지 마라. 나는 현실적이라 오늘 나한테 주어진 일빼끼 모른다
가마이 있어봐라. 그 말 들어는 봤는데 이외수가 했든가?
그런가? 이외수 졸혼 풀었더라. 불쌍 하이께 지 마누라가 고마 봐 줬는 갑더라
허허 참, 서로 옳다꼬 그케 쌍께 닭이 먼전지 계란이 먼전지 모르것다만, 누구나 마음이 가는 대로 따르마 되것지만, 이것도 선택의 문제 아이것나?
뭣이 선택의 문제란 말고?
니 감정에 따라 행동을 하지 말고, 저 사람 행동을 바까보자 생각 해 봐라 그라마 오째 하마 되겠는고…
아! 그 자식 애럽게 말하네, 친구 맞나?
그래 임마, 친구 맞다 오짤래? 그렁께 이런 이야기 해 주지
상대를 바꾸고 싶나? 상대는 니 거울 아이가? 똑 같이 대들지 말고 대가리 굴리 가~ 덤비 봐라. 더군다나 누님한테 말이지
오째 하란 말이고?
아! 이 빙신새끼 서로 더 기 오를라꼬 용쓴다 아이가 둘이서?
알았다 이 자슥아, 휴가라꼬 와서는~~ 훈계나 할라꼬 들고 친구 정떨어질라 칸다. 술이나 처 묵어라. 니 말 알았다 무신 말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