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대로>모 순

작성일: 2005-06-07

한·중·일역사학자들이 모여 3년여 역사교과서를 합작했다하나, 민감한 부분의 역사문제의 접근을 놓고는 우이독경(牛耳讀經)식의 모순(矛盾)을 되풀이했다.
예컨대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 이완용이 말하기를 지게에 많은 짐을 진 사람은 홀로 일어서기 어려우니 지팡이에 의지해야 한다며 한일합방을 합리화하려 했다.
일본이 바로 우리의 지팡이라는 황국사관을 그대로 수용, 이기주의적, 개인주의적 사관으로 일관했다. 조선은 야만의 나라여서 조선을 개화시키는데는 일본의 힘을 절대적으로 빌어야 된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모순의 역사를 세나라 공히 가르치거나 우리처럼 아예 국사과목을 빼버리려 했으니 극과 극으로 치 닫는 것은 당연지사 인 것 같다.
때는 전국시대, 주나라의 위세는 땅에 떨어지고, 군웅이 여기저기서 일어나 서로 세력다툼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싸움이 빈번히 일어나고, 토지와 성을 뺏고 뺏기며, 피비린내가 중국천지를 진동했다. 이러한 상황이라 병기의 소모가 많아 좋은 무기일수록 불티가 나게 팔렸다.
그 즈음 한곳에 방패(盾:순)와 창(矛:모)을 파는 상인이 있었다.
전쟁은 마침 소강상태에 있었음으로 거리는 복잡했는데, 방패와 창을 파는 사내는 두 가지 병기를 내놓고 청산유수 같은 달변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자, 보시오. 이 방패는 어디서나 파는 그런 물건이 아니오. 장인의 손으로 만든 이 방패는 단단하기 천하일품! 아무리 예리한 창으로도 찌를 수 없는 방패요.
자, 보시오. 적은 언제 처 들어올지 모르는일, 그때는 걱정해도 이미 늦습니다. 어떤 강적이라도 겁낼 것 없도록 이 방패를 사시오.”
이렇게 신나게 떠들어댄 장사꾼은 이번에는 창을 들고 선전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이 창을 보시오. 서리 발이 날카로운 창 끄트머리, 천하에 이보다 더 좋은 창을 보신 일이 있습니까. 이 창 앞에는 그 어떤 방패도 소용이 없습니다. 담박에 뚫을 수 있는 창이니까요.”
아까부터 가만히 듣고있던 노인이 입을 떼었다.
“과연 당신이 파는 창과 방패는 훌륭한 것이야. 그렇지만 나는 나이가 많아서인지, 머리가 나빠 그런지 몰라도 당신이 그 어떤 창이라도 한번 찔러보면 어떻게 될 것인지 그걸 알 수가 없구려, 거기대해서 설명을 해보시오.”
장사꾼은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 “여러분, 어떻소? 이점이 제일 중요한 일이 아니오?”
노인은 구경하던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대답도 못하고 쩔쩔매던 장사꾼은 어느새 짐을 꾸려 가지고 어디론지 줄행랑을 놓아버렸다.
구경꾼들의 웃는 소리가 장사꾼의 뒤를 쫓듯 했다.
이로부터 모순이란 말이 어원은 이러하다. -한비자 난세편의 비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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