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대로>사람 믿어보기

작성일: 2005-06-20

노동교화를 받던 범죄자가 도를 확장공사에 동원됐다. 그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큰돈을 주웠다. 그는 감독관에게 그 돈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감독관은 그를 모욕하며 말했다.
“왜 이러나, 돈으로 나를 매수해서 형을 줄이고 싶은 거지? 하여간 너희 도둑놈들은 그런 생각밖에 못한다니까?
죄수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자신을 믿어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밤, 그는 탈옥했다. 그리고 이집 저집 돌며 돈을 훔쳤다. 그 돈으로 외국으로 도망갈 심산이었다.
적잖은 돈을 마련한 그는 국경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객차 안은 붐벼서 자리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화장실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예쁜 아가씨가 그의 곁을 지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안에서 문을 닫다가 문고리가 고장이 나서 잠기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밖으로 나와서 탈주범에게 부탁했다.
“선생님, 문이 안 잠기네요. 실례지만 밖에서 문 앞을 막아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그는 멍해져서 아가씨에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가씨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충실한 경호원이 되어 문 앞을 단단히 지키고 서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는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
다음 역에 기차가 멈췄을 때, 그는 기차에서 내려 자수하러 갔다.
-탄줘잉의 글을 인용했다-
필자는 향리에서 작은 민속박물관을 꾸리면서 노년을 광내며 살기를 원했었다. 거의 이뤄지는가 싶더니 마가 끼어 무산되었다.
그 후 많은 수집 품을 도둑들이 훔쳐갔고, 평생소원을 이뤄주겠다던 스폰서마저 약속을 이행치 않아 남은 골동품을 박물관에 기증키로 하고 실행하던 중, 재차 제의해 오길래, 박물관 사업은 거기에 미치듯 빠져들어 즐기면서 일할 수는 있으나, 금전적으로 지출만 되풀이 될 뿐, 수익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힘든 사업이라는 것을 거듭거듭 강조하면서 석연하지 않으나 믿기로 했다.
또 아는 이가 미국에 대학원 대학을 설립해 이주 길에 내게 신문사와 건물을 맡아 운영해보라는 제의를 받고 막하 고민중이다. 좋아서 깡충 깡충 뛸만한 사건인데 즐겁지 않음은 왜일까.
나이도 나이려니와 운영비만도 거금이 소요되기에 의욕과 욕심만으로는 사양길에 든 사업을 스폰서 없이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에 욕심으로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엎드려 숨죽이고 사는 내게 그 어려운 짐을 지우려는 것 역시 믿음에서 오는 일일진대 마음 여린 내겐 사양 또한 쉽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공기와 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신뢰가 필요하다. 남을 믿지 않는다면 진심이란 있을 수 없다. 낮부터 밤까지 다른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단 한순간도 쉬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가.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고 싶다면 먼저 그를 믿어야 한다.
r200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