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은행

작성일: 2009-07-06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의 일자리인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행정부, 국회, 기업체, 노동단체 간에 피 터지는 겨루기인데,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기에 해결책이 아마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워 보이기에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격이지만, 괜히 마음이 쓰인다.
쉽게 말하자면 비정규직인 임시직이 정규직이 되면 사람이 기를 펴고살며, 따라서 생활형편도 나아지고 직급직위는 물론정년이 보장되는 것이니까, 기를 쓰고 정규직을 바라보고 뛰는 것인데, 사측은 경영에 부담이 덜 되는, 쉽게 자를 수 있는 임시직인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고 싶어 맞서는 노사 간의 다툼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기업체의 손을 들어줘 기업이 흑자경영을 해서 경제를 빨리 살리겠다는 것이고, 야당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자르면 당장 굶어죽을 판인데, 웬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느냐하는, 협상의 기 싸움인 것이다.
저개발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1976년에 있었던 성공 사례를 들어 보려한다. ‘그라민’이라는 아주 독특한 은행은 가난한 구멍가게를 하는 소상공인이나 농민을 상대로 무담보소액대출(마이크로 크레딛)사업을 하여 일인당 30내지 50달러 정도를 7백 만명 이상에게 소액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그라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은행과는 사뭇 다르다.
그라민 은행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반은행에서는 거래를 피하는 극빈자들에게, 작은 대출금을, 그것도 담보 없이 빌려주었다. 담보대신 그라민 은행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보증을 서게 했다. 그 돈을 못 갚으면 빨리 갚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보통상식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시작한 그라민은 보증을 서는 대신 대출받은 사람이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내면 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성공한 그라민 은행은 전 세계34개국에 비슷한 방식의 은행을 개설했으며, NGO(비정부기구)를 돕기 위한 재단도 설립했다. 그라민 폰의 대 주주이기도한 그라민은 현재 가난한 여성을 위한 임대 폰 대여사업인 농촌 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창업자 무하마드 유누스박사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크나큰 업적을 남긴 유누스박사의 독특한 발상도 사회적 발명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남다른 상상력을 발휘한 조직이나 제도는 물론 세상을 변화시킨 사회적 발명은 우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놓고 고민하는 차제에 세상을 깜작 놀라게 바꾼 일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라민 은행의 예를 살펴봤다.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창조적이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발상 그리고 더 강력한 지식으로 무장한 지식으로 쌈박하게 현 정부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 지기를 희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