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다모클레스의 검

작성일: 2009-07-27

그리스의 전설에 의하면 시칠리아섬의 도시국가 사라쿠사왕의 신하 중에 다모클레스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비위를 맞추기 위해 왕의 행복을 찬양했다. 그러자 어느 날 왕이 다모클레스에게 말했다.
“그대가 일찍이 부러워하여 마지않던 임금의 자리에 하루 동안만 앉아보게.”
다모클레스는 왕의 후대에 감격하면서 왕좌에 앉았다. 눈앞에는 산해진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문득 천장을 쳐다보니 머리카락하나로 매달아 놓은 예리한 칼이 보였다. 다모클레스의 감격은 대번에 공포로 변했고, 왕좌에 앉아있는 동안 살아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이 권력의 자리라는 것이 결코 밖에서 보는 만큼 편안한 것이 아니며, 항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민속학자 프레이저의 명저 <황금기>속에 나오는 ‘죽음의 늪의 사제’도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것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의 숲’이란 터부, 즉 금지구역으로서, 그곳으로 도망친 노예는 노예의 신분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숲속에는 전날 역시 노예였던 ‘죽음의 늪의 사제’가 있었다. 나중에온 노예는 그 사제를 죽이고 사제직을 빼앗기 전에는 숲에 머무를 자격이 없다. 이것은 권력자의 자리를 둘러싸고 피비린내 나는 투쟁을 상징하는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일직이 핵무기를 ‘인류에게 있어서 다모클레스의 劒’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인류전체의 운명이 단추 하나에 달려있음을 말한 것이다. 예언자들은 일제히 불의 심판(핵무기에 의한)은 없다고 한다. 반면에 기후이변으로 오는 물의심판이나 전염병의 창궐을 예언하고 있다. 년 전장마철에 물을 흠뻑 먹은 산에 양동이로 퍼붓듯이 집중호우가 와서 마치 산이 슬로비디오처럼 슬슬 걸어 내려와 한 골짝동리를 흔적도 없이 쓸고 가 경악했는데, 이번에 부산에 집중호우가 퍼부어 골목에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떠내려 오는 만화 같은 요지경을 보며 기겁을 했다.
또 신종풀루전염병으로 거창의 국제연극제를 비 롯 사람이 모이는 큰 국제행사가 취소되고 있다. 이러한 하늘의 재앙을 보면서도 정치가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편 가르고 악법을 만들어서라도 자기들 정치생명 연장에만 올인(All In) 광분하고 있다.
제아무리 권력을 탐해 과욕을 부려도 꽝인 것이, 전원일기의 양촌리 이장출신 장관의 건강이상으로 차기 개각에 경질설이 회자되는 바, 세상만사 묘하다 싶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것이 그 여우가 버티다가 죽을지언정 물러설 위인이 못되고, 그의 생각은 한발 더 앞으로 내딛어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노리는 것이라 추측하게 된다. 속담에 “중이 고기 맛을 보면 벽에 빈대가 남지 않는다.”는 것과 같이 권력관계에 맛들이면 벽에 똥칠하면서도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나쁜 속성을 내치지 못하는 것이니까 얼마나 불행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