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대로> 봉 사

작성일: 2009-08-24

봉사라 할 것도 없지만,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9인승 차로 어르신들을 모 시는 일이다.
차를 잘 손봐서 같은 길을 걷는 친목사회단체의 평균연령 75세의어르신들의 발이 되어 드리는 것이다. 꼭 가야 할 곧을 가고 싶어도 못가서 답답한 어르신들을 즐겁게 모시고 가서 일을 본 후, 소문난 음식집을 찾아가 식도락을 하는 것이 내가할 수 있는 유일한 봉사라고 여긴다.
그런데 연일 5일간을 타지를 왕래 하면서 저녁에는 어김없이 과음을 한 탓에 술병인가 과로인가병원 신세를 졌다. 여태 예순 살 반이 넘도록 병원에 드러눕기는 처음이다. 이웃해 사는 맏누이가 너는 봉사도 정도껏 해야지 병나서 너 죽으면 몸 생각 않고 빨빨거리고 다닐 때 알아봤다고 비아 냥 거리지, 누가 너 봉사잘 했다고 하겠느냐, 나이 생각하지 않고 천방지축이라고 핀잔을 맞았다.
아마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병원에가 일주일 만에 죽어서 나가는 케이스 아니냐고 주치의에게 물었더니 웃는다. 아직은 부실해서 술도 못 먹고 먼 길가기를 피하지만, 누가 뭐라든지 한 번 맘먹으면 꼭 실행할 뿐더러, 셈에 어두운 나는 본전생각 그런 것 없고, 애로사항이라 할까 남의 어려운 일을 돕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장자》는 강자보다는 약자를 좋아한다. 약자는 언제나 무엇을 해쳐야 한다는 용심을 부리지 않는 까닭이다. 약자는 힘을 귀하게 여기지만 힘을 믿고 휘둘러 남을 상처 입게 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리고 《장자》는 매 맞은 놈이 발 뻗고 자고 때린 놈은 겁이 나서 밤잠을 설친다고 일러준다. 나아가 약한 것이 강한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하듯 나는 어렵지만 노인들이 추렴해서 자동차기름 값이라도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줌 치 사정이 어려워 받았을 때는 불편한 마음이 쉬 가시지 않는다. 내 마음의 평온함을 바라서라도 무료봉사가 좋다.
《장자》는 영리한 사람보다 어리석은 사람을 좋아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지름길의 유혹을 탐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리고 《장자》는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일러준다. 어리석음이 영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믿든 믿지 앉든 “베풀면 베푼 만큼 베풀어진다.”는 법칙은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우리의 생활 속에 언제나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구의 인력의 법칙과 같아서, 그러한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거나 모르거나 사과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의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어떤 곳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없다면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다른 사람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베풀지 않았거나, 적게 베풀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시소의 원리와 같아, 무거우면 내려가고 가벼우면 올라가 오르락내리락 할 뿐 다른 이유가 없다.
우리가 사는 동안 베푼 것이 적었음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베풀 수 있을까? 어려운 세태에 어떻게 하면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것만을 생각하는 참되게 봉사하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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