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한손에 칼 한손에 코란

작성일: 2009-09-28

흔히들 이슬람을 말할 때 소위 “한손에 칼 한손에 코란”이라고 표현해 이슬람의 호전성과 종교의 강압적 전파를 들먹이는 것은 억측이다. 그것은 이슬람의 종교적 의무이다. 하지만 ‘무력에 의한 이슬람전파’에 대한 어떠한 흔적도 코란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슬람이 무력으로 전파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교도에 대한 적개심과 확산되는 이슬람세력에 대한 위기감에서 만들어낸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이슬람교는 발생하자마자 급속히 전파되기 시작했다. 이슬람은 생긴지 100년도 안된 신흥종교지만 짧은 기간 동안 지금의 중동은 물론 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인도·중국을 위시하여 스페인·유럽까지 퍼져나갔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칼이 아니라 여러 사상과 문화를 수용하고 융화한 관용성이었다.
이슬람의 사상은 극단을 배격하는 동양적인 중용사상이며, 이는 코란에 서술하고 있는 사상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슬람세계에서 대표적인 원리주의 집단으로 낙인찍힌 무슬림형제단 운동의 사상이론가인 까라다위도 현대 이슬람부흥운동가운데서 가장강력하고 광범위한 조류는 이슬람 적 중용조류라고 지적하였다. 평화와 중용에 바탕을 둔 이슬람에서 무모한 폭력이란 있을 수 없다. 특히18세기 이후 서구 제국주의 하에서 받은 고통은 그들이 인내해 낼 수 없을 만큼 혹독한 것이었다. 무슬림은 서구의 핍박을 벗어나기 위해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이슬람공동체라는 정체성을 회복하기위해 노력하였다.
이슬람 문화가 빠르게 전파된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융화력이다. 아랍인은 정복을 통하여 역사상최초로 오늘날 인도와 중국 접경지역을 통합하였다. 이 방대한 지역을 한동안 군사적·정치적 권력을 통하여 한 덩어리로 묶어놓았다.
그러므로 아랍인들이 만든 진정한 기적은 군사적인 정복이다. 오히려 정복한 지역을 문화적으로 이슬람화한데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융화력과 관용으로 형성된 이슬람세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역사학, 지리학은 물론 철학, 천문학, 대수학, 물리학, 화학, 의학, 연금술 등을 독창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리하여 암흑의 중세유럽에 전파되어 르네상스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8c~16c에 이르는 동안 육·해상 실크로드의 주역으로 한동안 이슬람문화가 동서로 교류 세계문화의 다양화 일체화에 기여하였다.
그럼 이슬람권은 왜 그렇게 미국을 싫어할까. 그들은 미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타락하고 퇴폐한 문화를 가진 국가로 간주하여 배척하는 경향이 심하다. 또 그들의 반감은 사실상 역사적 뿌리가 길지 않다. 미국의 퇴폐적인 성문화나 극단적인 물질주의문명에 대한 반감이 그 이유 중의 하나이지만, 그 저변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얽힌 문제에 미국이 깊이 개입한 까닭이다.
이것은 우리의 남·북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괄타결(그랜드바진) 한칼에 처리한다니까 기대해 볼만하지만, 이슬람의 더 얽히고 설켜 꼬일대로 꼬인 중동지역의 영토문제, 종교문제, 이념적 갈등 문제, 석유자원분배문제 등 지역의 패권을 쥐기 위한 내부적 갈등이 아니라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강대국의 의도가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