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간신의 분별

작성일: 2009-12-08

「변간론」 은 간신을 구별하여 가려내는 법을 이름인데, 그 중 「臥薪嘗膽(와신상담)」은 섶에 누워 쓸개를 맛본다는 말이나, 원수를 갚을 생각을 잠시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을 뜻한다. 기원전 475년, 월왕 구천은 10여년의 ‘와신상담’ 끝에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를 공격했다. 그로부터 장장 2년에 걸친 전투 끝에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오나라대신 백비는 자신이 지난날 구천에게 베풀었던 은혜만 믿고 기분 좋게 입궁해서 구천에게 축하를 드렸다. 그러나 구천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자네는 오나라의 太帝태제인데 감히 이래라 저래라 하겠는가? 자네의 왕이 양산에 있으니 그를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는 명령을 내려 가차 없이 목을 베고 아울러 전 가족을 몰살시켰다.
초평3년인 192년 군주를 멋대로 세우고 내 쫓는 등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설치던 동탁이 피살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장안의 남녀들은 거리를 가득 메운 채 패물과 옷가지 따위를 팔아 술과 고기를 사서 먹고 마시며 기뻐했다.’ 동탁의 시체를 지키던 병사가 살찐 동탁의 송장을 보고는 배위에다가 등 심지를 꽂고 불을 밝혔더니 이틀은 거뜬히 탔다. 이를 두고 훗날 소동파는 동탁의 뱃살에 불을 붙이니 등이 없어도 될 만큼 밝았다며 비꼬았다. 이래서 역사는 공정하다. 불의를 저지른 자는 반드시 자멸한다. 일찍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얼마나 많은 간신 소인배들이 죄과를 치렀던가! 생전에 한 때 득세했더라도 그들에게 내려지는 엄정한 역사의 심판은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근세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간신을 꼽자면 첫째가 자유당 때 이기붕, 그 다음이군사독재정권하의 김종필, 이후락, 차지철, 장세동 순인 것 같은데, 간신도 간신 나름의 격이 있어 장세동은 좀 다르게 봐주어야 될 것 같다.
‘간신 론’이란 책에서는 가신들의 간성에 대해 “이권 싸움에서는 부모 자식 간이라도 양보하지 않는다.” “충성스럽고 선량한 사람을 배척하고 모암 해 반드시 목적을 이룬 다음에야 그만둔다.” “은혜와 의리를 버리고 양심을 팔아 버리며, 보통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공을 탐내고 잘못은 숨기며 죄와 책임을 남에게 미룬다.” “자신과 뜻이 다르면 배척하고, 어질고 뛰어난 인물을 조정에서 내쫓는다.” “두 얼굴에 세 개의 칼을 품고 다니며 음모로 귀여움을 얻으려 한다.” 등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러하듯 역사의 공정한 심판은 늘 긴 시간을 필요로 하며 크나큰 대가를 요구한다. 간신들의 잔혹한 짓거리와 끊임없는 악행은 국가·사회·민중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준 다음에야 비로소 들어난다. 極惡無道奸惡無雙(극악무도간악무쌍)한 친일앞잡이20여명이 나라의 법망을 기만대한민국 건국훈장을 서훈 독립유공자가 됐다, 이렇게 일부 간신들은 죽어서도 나쁜 자로 인식되기는커녕, 체재를 조롱 유유히 역사의 질서를 어지럽혔다. 간신들은 장애를 제거하고자 할 때 흔히, 이간, 모함 등의 술수를 발휘한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자는 간신이 아니다. 사람을 조종하지 않는 자는 간신이 아니다. 국가와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조정의 기강을 어지럽히며, 씨족집단의 천륜과 인간의 도리를 파괴하는 등의 짓도 사람을 해치고 조종하는데 집중된다. 이 방면에 그들은 심장에 털 나, 야수와 같은 잔인함을 가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