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대로> 뽀빠이와 낙타 신화의 허구
작성일: 2009-12-23
만화 ‘뽀빠이’라고 하면 먼저시금치가 떠오르고, 시금치에는 철분이 많아 어린이 건강에 좋은 채소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시금치에는 다른 채소보다 철분이 적게 들었다는 것에 깜작 놀라게 된다.
발터 크래머와 괴츠 트랭클러는 『상식의 오류 사전』에서 ‘뽀빠이가 철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통조림 시금치보다 차라리 그 깡통을 먹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비웃는다.
그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뽀빠이신화는 순전히 타이핑의 오타로 소수점자리가 한자리 위로 잘못 찍혀서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이 10배로 불어나게 된 것이다.
눈 깜작할 사이에 일어난 이 실 수 하나로 미국의 시금치 생산지인 텍사스 크리스털 시티에는 ‘씩씩한 뱃사람 뽀빠이 덕분에 미국의 시금치 소비량이 33%나 증가했다’는 기념비가 세워졌고,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는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시금치를 먹였다.
그러나 우리를 정말 놀라게 하는 것은 시금치의 실제 철분함유량이 100g당 2.2㎎으로 달걀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착오가 1930년대에 밝혀져 수정되었음에도 웬일인가 뽀빠이 신화가 오늘날까지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금치를 너무 많이 먹으면 신장에 돌이 생긴다는 의학적인 진실 앞에서도 보빠이 신화는 기세 좋게 세계를 제압하고 있다.
만화가 성경으로 옮겨오고 점 하나가 문자하나로 바뀌게 되면, 이번에는 낙타의 신화가 성경 속에서 운다.
마태복음 19장 24절과 마가복음 10장25절을 보라. 분명히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 보다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 우 니라’는 성경 말씀이다. 부자가 천국으로 가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낙타가 왜 바늘귀로 들어가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성경구절 만큼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그토록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드물 것이다. 더구나 많은 연구가들이 이 성경말씀이 오역이라는 사실을 누누이 지적 하는데도 말이다.
발터 크래머도 『상식의 오류사전2』에서 오류 중 하나로 이 성경구절의 오역을 예로 들고 있다. 원전대로 하자면 그것은 ‘낙타’가 아니라 ‘밧줄’인데 잘못 번역되었다는 것이다.
아람어Aram로 밧줄은 ‘gamta’고 낙타는 ‘gamla'다. 'T'와 'L'의 글자 한자 차이로 밧줄은 낙타가 될 수 도 있고, ‘낙타는 밧줄로 변할 수 있다.
결국 글자 한자차이의 잘못으로 ’부자가 하늘나라로 들어가기보다 밧줄이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 우 니라’라는 말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으로 오역되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반론들이 있지만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낙타를 밧줄로 돌려놓으면 그 비유는 자연스럽게 들리고, 그 논리는 비로소 합리성을 띤다.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은 실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바늘귀와 실의 관계에 대비되는 것은 나타가 아니라 밧줄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바늘귀의 크기에 대응하는 실과 밧줄의 차이가 생겨나게 된다. 그것이 오타요, 오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도 여전히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고 괴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사막을 건너야할 낙타는 2천년 동안이나 바늘귀 앞에서 점프를 계속한다.
정말 놀라운 힘으로 뽀빠이가 거인 블루투스를 때려눕히고, 가난한자가 부자의 부러움을 사는 허구의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이어령 창조학교 “생각”에서 퍼온 글이다.
성경 말씀을 폄훼하려 함이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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