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대로> 자연의 섭리대로
작성일: 2010-01-26
덕유산 향적봉 정기 좌로 흘러 虎陰山(호음산) 낳고, 그 끝자락치내마을 동산아래 ‘폿집’이 모암재가 나의 집이다.
내 집은 산세나 조망 등 뭣으로 보든지 나무랄 때 없는 길지이다. 이것은 生而知之((생이지지) 나이 드니 배우지 않아도 은연중에 백 여시가 되다.)로 보더라도 명당이라 하겠다.
그런데 집터가 센 탓인가, 윗대 다섯 어른이 일본제국주의와 6.25동란을 겪으면서 뜻밖의 사고로 타고난 목숨을 부지 못하고 비명에 갔다. 집에 망조가 드니까, 망나니보다 못한 인간말짜만 남았다.
그러자니 亡徵敗兆(망징패조)의 입에담기조차 실은 치부를 가리기에는 도가 넘은 지경에 이름을 감히 실토한다. 집을 고치면서 선조의 유훈을 거슬려, 어머니가 푹 꺼진 정원을 차 세울 자리를 마련코자 메우는 어리석음을 범했는가 하면, 물 지개로 독 새미 에서 길어먹든 불편함을 덜어 볼 심산에서, 큰어머니가 마당에 우물을 파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한 탓인가 몇 대를 이어온 가산이 핫바지방구 새듯이 날아갔다.
또 필자는 공동묘지 터에 세운 아파트에서 한동안 살았는데, 연년생의 어린아이가 피를 토하는 백일기침을 하는데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죽으면 끌어 묻고, 다시 낳으면 싶었든 간호과정은 글과 말로서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택지는 공동묘지나 쓰레기장, 푹 꺼진 골짜기를 메운 터이거나, 복개공사 한 위에 건축을 했다면, 그것을 꼭 찍어 말할 수는 없지만, 거창읍에 메운 땅위에 세운 건축물을 꼽아보면 알 수 있다.
어느 날 건축부서 후배가압구정동 현대 아파트에 당첨 됐는데, 전철노선 위여서 구조상 찝찝하다며 내게 분양권가지라고 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네가 언짢은 집을 나보고 하라면 되는 거냐고 거절하는 순간 웃돈 몇 억이 날라 간 야바위 같은 일도 있다.
그렇게 주거개념을 따져 서울 변두리산 밑 현대타운에 갔는데, 이사를 하고 나서 보니까 집이 지하 물탱크 위였다. 그 집의 값은 살 때나 팔 때나 그 값으로 프리미엄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순리를 거스른 억지춘양 인공구조물 위에 세운 집이 좋을 턱이 없음을 거듭 꼬집는 것이다. 그런 연유인가 하는 일 마다 실패를 봐 누가 봐도 흔들리거나 망할 수 없는 튼실한 처지였건만 많은 재물을 잃었고, 남의 입 살에 오르내리는 망신살을 당하기도 했다.
세태 따라 건설장비가 흔해서 옛 어른들이 천기누설을 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상호간에 이합하는 지리서를 세상에 내 놓아 난지 자가 득지하고 명당을 만들어서 성심을 다해 조상의 묘소를 잘 모셨다고 해서 그 자손에 영원히 영화가 있을 까?
풍수지리에서, 부모를 좋은 묏자리에 장사지낸 덕으로 그 아들 대에서 부귀를 누리게 된다는 當代發福(당대발복)이란 달콤한 말이 없지는 않다.
봄에 집수리를 하면서 정원과 우물을 원래대로 회복하면 혹여 운이 틔어서 복이 되어 되돌아올까 하는 허황된 꿈을 가져본다.
예컨대 위상수학(Topology)이론을 극대화하면 현재=과거·미래라는 등식이 일상화 될 수 있고, 과학에서 말하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원학골을 흐르는 갈천에서 피라미 한 마리의 요동이 현해탄(대한해협)을 넘어 일본 본토를 삼키는 거대한 파도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 數然界(수연계)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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