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애주예찬

작성일: 2010-09-17

필자는 술도가 집 손자이나 술 담배 와 거리가 멀었다.
세상물정에 도 어두워 야무지지 못한 사람 축이었다. 거기다가 장년기에 머리가 많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혈압이 낮아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대의학에서 혈압을 올리는 방도가 없다는 것을 그때 비로소 알았다. 오직 술을 적당히 먹는 길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약 대신 술을 오랜 기간 마시다 보니까 자연스레 술꾼이 된 웃지 못 할 사연이다.
그처럼 무던히 마신 탓인가 저혈압 증세는 없어졌고, 반대로 이제고혈압증세란다.
‘애주예찬’을 감히酒神(주신)께 고하고 정든 술잔을 입에서 떼려고 한다. 塞翁之馬(새옹지마)라 했던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인생사다.
혈압이 높아서 탈이 나고 낮아도 탈인 것을, 옛 다 모르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마셔볼까 싶은 유혹을 참고, 처방 따라 약술로 먹은 탓에 매너 없는 주정뱅이는 아니다.
살 여고 억지로 든 술잔이, 이제 술을 좀 알게 됐고, 좋은 술을 사랑하여, 음미하는 酒輩(주배:진짜술꾼)가 됐다.
愛酒(애주)라 하면, 술을 매우 즐기고 좋아함이고, 더하여 禮讚(예찬)은 훌륭한 것,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존경하고 칭찬함이라 했다. 愛飮(애음)가라면 ‘애주예찬’한 번쯤 하는 것이 당연사이지 싶다.
붓글 秋史體(추사체)로 유명한 완당 김정희는 책 읽고 글 쓰고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을 一讀(일독)이라 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변함없는 애정을 나누는 것 또한 二色(이색)이고, 벗을 청해 술잔 나누며 세상과 인간사 얘기하며 풍류를 즐겼음을 三酒(삼주)라 했다.
김삿갓은,
천리를 지팡이하나 의지해 떠돌다 보니
주머니에 남은 건 엽전 일곱 닢이 전부구나
그러나 남은 엽전은 주머니 속에 깊이 간직해 두려 했건만
해질 녘 주막 걸에 이르니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오. 라고 노래했는가 하면, 또 이백(李太白)은
하늘이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하늘에 어지 술별이 있겠으며
땅이 또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땅에는 옹달샘이 없으리
하늘과 땅이 다 술을 좋아 했거니
내 술을 좋아해서 부끄러울 것 없네 (중략)
석 잔의 술로 대도에 통하고
한말의 술로는 자연에 합하거니
그 모두 취해서야 얻는 즐거움
부디 깨어있는 이에겐 말하지 말라
꽃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친 한이 없이 혼자 마신다 (중략)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거리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도 따라 춘다 (후략) 이태백은 이렇게 읊었다.
- 술타령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笑野(소야) 승려이자 시인의 익살과 기지와 해학이 넘치는 시 한수가 술꾼의 마음을 달뜨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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