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은 없다, 반복하라”
작성일: 2004-07-19
스타영어강사 2인이 말하는 ‘영어 잘하는 방법’
많은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두려워한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조차 영어로 말해야 할 자리에서는 자신의 전공을 숨긴다. 주눅들게 만드는 영어, 영어를 잘하는‘비법’은 없을까.
토종 한국인으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스타 영어강사 3명-문단열·이보영·이근철-에게 ‘영어를 잘하는 방법’을 물어봤다. 이들은 어떻게 대답했을까.‘비법은 없다’고 일침을 놓은 강사도 있었지만, 맥락을 잘 살펴보자.
자신에게 맞는 공부 노하우가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 이보영
EBS ‘모닝스페셜’을 8년째 인기리에 진행하고 있는 이보영씨는 ‘기본에 충실한, 꾸준한 공부’를 강조한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보면 “이 단어는 ○월○일 찾아본 적이 있네요” “그 표현은 지난번 ○○내용할 때 나왔던 단어였죠?”하는 식의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궁금한 점은 외국인 진행자에게 즉석에서 질문한다. 끊임없이 공부하려는 자세를 스스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듣는 사람에게 공부 의욕을 불러일으켜 주는 그가 학습 노하우를 들려주었다.
▲영어를 잘하는 비법은 없다. 오직 반복·훈련·강화·집중뿐!‥이씨는 “영어공부에는 비법이 없다는 걸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면서 “무조건 반복해서 훈련하면 실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요약했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알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찾는 것이다. 반복할 때 다양한 표현을 전략적으로 익히기 위해서 영한사전에서 찾아보고 다음에는 한영사전, 영영사전도 들춰본다.
동의어, 반의어도 알아보고 예문을 살펴본다. 읽기·쓰기·듣기·말하기를 별개로 보지 않고 닥치는 대로 따라 말하고 문장 구조도 분석해보고 손으로 써보기도 한다.
▲문법과 어휘가 기본‥“영어를 잘하는 사람치고 문법 약한 사람 없고 많이 읽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한국 사람에게 영어는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이기 때문에 문법과 어휘를 알지 못하고 회화만 잘할 수는 없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생활회화만 달달 외우면 단답형 대답은 할 수 있어도 응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
문법은 문장을 만들 수 있는 기본 규칙으로 중학교 1·2학년 수준의 문법을 알면 중급 실력은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계별 영어공부 방법‥초급부터 시작하는 영어공부 방법으로 이씨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소개했다.
①왜 영어공부를 해야하는지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라=막연한 생각을 버려라.
취직·승진·학업적 필요에 의한 구체적인 상황을 그리면서 시작하라. 또 혼자 공부하면 중간에 쉽게 포기하므로 같이 공부할 사람을 구하면 좋다.
②1~2달 안에 문법책을 끝내라=문법을 빨리 훑어보는 게 필요하다. 책으로 익힐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래 공부해도 지치기 쉽다. 고리타분한 문법책보다, 문장 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책을 골라 공부해야 한다.
문법책에 나오는 예문을 읽고 써보기를 반복하라. 진도가 반쯤 나갔을 때부터 기초생활회화를 공부한다. 많이 따라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생활과 관계있는 상황을 놓고, ‘내가 이 상황에 놓인다면’ 하고 상상하며 따라하라. ‘재미있게 영어공부한다’면서 처음부터 팝송이나 시트콤을 보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아는 것이 있어야 생긴다.
처음부터 재미를 보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라.
③최종적으로 패턴을 익혀야 한다=항상 읽을거리를 갖고 다녀라. 모든 영어 교재의 기본은 읽기에 있다.
쉬운 내용이라도 하루 두세 문장만은 완벽히 익힌다고 생각하고 반복한다. ‘날씨가 더워서 수영장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땐 ‘I wish~’ 또는 ‘I want~’란 구조를 떠올린다는 식으로 패턴을 생각하며 익혀야 한다.
#이근철
화려한 제스처와 발랄한 말솜씨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어강사 이근철씨의 영어공부법은 ‘두뇌연상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지체계를 자극해야 언어를 잘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인데, 리듬·그림연상 등과 함께 제스처를 크게 하는 것이 인지체계를 최대한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조건에는 네 가지가 있다.
①필요한 만큼만 공부하자=이씨는 “정확한 목표가 없기 때문에 막연히 시간만 낭비하며 영어공부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내가 전화영어만 잘하면 되는지, 해외에서 물건만 잘사면 되는지 등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어민 또는 동시통역자 수준이 돼야 영어를 잘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 발음과 문법이 정확할 때만 말로 하려고 해서 결국은 영어를 못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단 자신의 필요에 맞는 학습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면서 “첫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②거울을 보며, 역겨울 정도로 오버액션하면서 연습하라=언어이론 가운데 과장된 제스처와 정확한 발음이 효과적인 언어습득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론이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14년째 대학강의를 하면서 이 이론을 실감했다는 그는 거울을 보면서 동작을 크게 따라하면 시각·청각적으로 자극이 되고 자신감도 생겨, 실제 회화에서 쉽게 말을 꺼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③영어의 핵심은 동사 100개, 부동사 100개, 문형 50개=2만~3만 단어가 수록된 어휘책을 놓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씨에 따르면 기본동사 100개, 전치사와 부사를 활용한 부동사 100개, 문형 50개만 알면 웬만한 생활회화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stand’는 ‘서다’뿐 아니라 ‘바람맞히다’ ‘참다’ ‘유효하다’ 등의 다양한 의미로 활용될 수 있다. 간단한 동사에 ‘up’이나 ‘out’ 등의 전치사·부사를 활용해도 많은 표현을 할 수 있다.
④문화코드가 중요하다=언어의 반(半)은 문화이기 때문에 영어문화의 기본 코드를 알지 못하면 말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영어를 하는데 중요한 문화코드는 ▲개인공간(personal zone) 배려 ▲눈을 마주보며 말하기 ▲약한 상하관계 구분.
이 세 가지 정도만 유념해도 예의에 어긋날 일이 줄어든다.
개인공간을 배려한다는 것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쳤을 때, 슈퍼마켓 카운터에서 돈 낼 때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인사를 나누는 것이 대표적이다.
‘너를 해칠 의사가 없다’를 의미하는 문화적 관습이다. 나이·결혼 여부 등 신상관련 질문을 하지 않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