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재는 시대를 거스른 초월자

작성일: 2011-03-03

진정한 천재란 머리만 좋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다. 이상의 「날개」서문에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는 무수히 많다. 時代와 맞서 대항 할 줄 모르는 천재는 역사에 남을만한 천재는 못된다고 했다. 시대에 대항함이란 時代와 化하지못하거나 시대를 초월한 초월자를 가리킨다. 환언하여 초월자란 시대를 건너뛰고 시대를 앞지른 선구자를 말함이다.
신동(神童)은 재주와 슬기가 남달리 출중했다거나, 천재(天才)는 선천적으로 재능이 남보다 뛰어난 재주꾼으로 어려서 총명하고 영리한 수재들이지만 커서도 꼭 성공하리란 답은 없다. 천재였지만 자라서 범재가 못되고 둔재가 된 인물이 적지 않다. 고로 천재성이 빛이 나기 위해서는 시대성 역사성이 조화가 되어야 한다.
순국열사 안중근은 뤼순〔旅順〕감옥에서 처형당할 즈음 열사의 소신대로 조선의 당대 인물을 논하면서 이상설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분의 포부는 원대하며 세계대세에 밝고 동양시국을 간파하고 있다. 이범윤과 같은 항일의병장 만명을 모아도 오히려 이상설과 같은 분에 미치질 못할 것이다.……수차 만나 인물의 됨됨을 보아하니 도량이 크고 사리에 통달한 인물로서 대신의 부족함이 없더라.……세계 대세에 통하고 애국심도 강하며 교육발달을 기도하고 국가백년대계를 세울 사람은 이분일 것이다. 또한 東洋平和主義를 갈구하는 점에 있어서 이분처럼 초월한 마음과 뜻을 가진 사람은 참으로 귀할 것이다.
이처럼 이상설은 지사요, 학자요, 저술가요, 정치가, 교육자, 외교관, 정부관료 등으로서 다재다능함을 엿보였으며 내면엔 순수함과 넓은 도량, 세계정세의 흐름을 간파하는 통찰력과 예지력도 겸비한 인물이었다.
그는 신구학문을 겸비하였고, 학문분야도 광범위하여 성리학을 바탕으로 한 유학(儒學)은 물론 신학문에 있어서 는 정치, 법률, 경제, 사회, 수학, 종교 등 제 분야에 일가견이 있었다. 여러 나라말에 능통하였고 어려서부터 신동소리를 듣던 이상설은 스무 살이 넘으면서 이미 큰 학자로 칭송을 받아 뒷날 ‘율곡이이(栗谷李珥)를 이을 대학자’로 내다봤다. 그는 27세에 성균관 대사성에 해당하는 성균관 교수 겸 관장이 되었으니 그가 촉망받는 이유와 그의 뛰어난 학문수준을 짐작할 수가 있다.
누구나 둔재이기 보다는 천재이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이상이다. 하지만 천재가 행복하다는 것은 그가 장성해서 그에 걸맞은 업적을 남김에 있다. 천재로 이름난 매월당 김시습은 태어 난지 8개월 만에 스스로 깨침을 이웃의 최치운이가 보곤 기이하게 여겨서 "배우면 익힌다."하여 시습(時習)이라 작명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천재도 시국을 잘못만나 세조의 즉위를 반대한 끝에 승려로 출가하여 일생을 마쳤다한다. 매천 황현 역시 부패한 시대에 대한 책임을 홀로지고 "자결"로 생을 마쳐야 했다. 정약용에게 '사람이아니라 신이다'이라는 평을 받았던 이가환역시 노론의 집권 하 조선에선 용납되지 못해 사형으로서 생을 마쳐야 했다. 이들은 모두 시대를 거스른 불우한 천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