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사모곡(思母曲) 世苦에 시달리며 살다가신 우리들 어머님께 드립니다.

작성일: 2011-05-12

어머님 오늘이 5월 8일 어버이날입니다. 동산위 붉게솟은 햇님을보니 어머님의 해맑은 얼굴같아 이렇게 長文의 편질 쓴답니다. 비록 수신자, 수신처가 없는줄 알면서도... 일제치하 모진 가난 엄동설한에 7남매 망단으로 날 낳으시고 젖이 없어 보리미음에 사카리를 태워서 먹여키운 父生母育 그 은혜를 호천망극 잊을길 없사옵니다.
늘 병치레로 행여나 죽을까봐 새우젓 동이를 마련해두곤 밤낮으로 자는 모습 살펴보시며 애간장을 태우셨다니 어머님의 무육지은(撫育之恩), 지독지애(?犢之愛), 삭발모정을 어찌 잊으오리까. 제가 처음 국민학교를 입학하던날 어머님은 얼굴에 분을 바르시고 쪽빛치마 연분홍 저고리를 입으시며 환하게 웃는모습 정말 처음 보았답니다. 내 윗 저고리엔 손수건을 꿰매주시곤 당신 약손으로 내 이마를 짚어보시곤 “아직도 열이있네”하시며 수건으로 콧물을 훔치시곤 장롱위서 새 운동화를 내려주시는데 저는 난생처음 운동화를 신어보곤 발이 나는듯 기뻤답니다.
동구밖 냇물 섶다리를 건너선 초가집들이 늘어선 골목길엘 들어서니 “아이고, 산속 가람댁! 오늘은 새색시 같네”하여서 그때 나는 신이 났었고 이 세상에서 내 어머님이 제일 예뻐보였습니다. 늘 山비탈 농사일로 땡볕에 그을린 얼굴, 시부모님 시동생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찡그린 모습, 내날이라 하루없이 동분서주 하시면서 시가禮度 지키느라 투정, 불평, 내색 한번 없었다니 옛말에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님은 강하단말 허구가 아니구려. 古來로 여자의 한평생은 언짢은말 듣고서도 귀막고선 3년이요, 궂은일 못본채하며 눈감고도 3년이요, 하고픈말 가슴에 묻어두곤 벙어리짓 3년이라 친정부모 당부말씀 가슴에 새거두곤 자나깨나 자식위해 남몰래 흘린눈물 강이되고 내가되어 無心川으로 흘러갈재 울화가 치밀면은 강변따라 거닐면서 눈물을 삼켜셨다니 그 고통, 그 고민을 그 누가 알아주오. 오늘 내 어린시절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그 젖빛 냄새 그 체취를 맡고파 복사꽃 꺽어들곤 강변에 홀로앉아 무심히 흘러가는 먹구름을 응시하며 어머님 회억에 잠겨보나니. 내 일생 각골난망 잊을길 없는 하나의 추억 있으니 불초소생이 청운의 꿈을 품고 항도釜山서 공부를 하던시절, 어머님이 下釜하시어 내 자췻방엘 오신다하여 역전에서 학수고대 기다리는데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적소리 요란하고 釜山제3부두 뱃고동소리가 뿌웅뿌웅 울릴적에 어머님 머리위엔 옷보따리 얹혀있고 왼손엔 쌀자루를 들고서는 꾸역꾸역 기차서 내리시는 초라한 당신 모습 정말 뜨거운 눈물이 왈칵 솟구쳤었답니다.
엄마, 어머니! 목청껏 부를적에 내몸엔 강렬한 전류가 흘렀고 눈엔 스파크도 일어 한동안 정신을 잃었었답니다.
고난과 희생, 역경의 化身 그런 어머님께 까마귀처럼 반포지효(反哺之孝) 효행한번 못챙겨주곤 홀연히 떠나셨으니 풍수지탄이 無用하옵니다. 하늘엔 해가 있어 밝아보였고 세상엔 어머님이 있어 따스했지만 이젠 빛도 열도 다 사그라진 황막한 世上, 눈물과 한숨 장탄식이 그지없는데, 요즘 사람들 효쇠어처자(孝衰於妻子)라고 제자식 제 마누라만 좋다고들 뛰고 굴리고 난리지만 불효자는 늘 世苦에 시달리며 살다가신 어머님 생각에 군중고독을 느낀답니다.
어머님! 우리 사시장춘 母花꽃(복사꽃) 피고, 人間八苦 없는 세상 無何有 무릉도원에서 다시 한번 재회하여 옛날 어머님의 한량없는 사랑속에 묻히고파 불초한 이 자식이 삼가 편지드리오니 어머님 회답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