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고-중앙고 관내전학 일파만파
작성일: 2011-05-19
이제는 교육당국이 나서야
거창여자고등학교에서 거창중앙고등학교로 전학한 한 학생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합법화된 규정에 의거해 전학을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여태까지 금기시 됐던 ‘관내전학’을 합법화 하려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제는 물리교사인 김 모 교사가 거창여자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으며 시작된다. 김 교사는 인사이동 희망 학교에 거창중학교를 제출했으나, 임의로 지정되는 인사에서 결국 거창여자고등학교로 발령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여고에는 김 교사의 딸이 신입생으로 들어와 한창 꿈을 키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김 교사는 딸의 반을 맡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학교는 교육과정상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창관내에서는 한 학교에 교사 부모와 학생 자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빠가 딸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몇몇 학생들이 반발했고, 급기야 학부모가 김 교사에게 직접 전화로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김 교사는 학교와 긴 궁리 끝에, 학생의 환경을 바꿔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환경전환대상자로서 같은 인문계 중 거창중앙고등학교로 전학을 신청했다.
중앙고등학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4월 16일 입학을 승인했다. 거창고등학교는 입학당시 지원했다가 탈락해 전학을 받아주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양측 학교와 김 교사의 입장이다. 하지만 중앙고등학교의 몇몇 학부모들은 의혹을 제기하며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사가 딸을 가르친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면, 왜 굳이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고 당사자인 김 교사에게 전화를 했는지 의문이 간다”며 “민원이 있었던 것이 맞는지, 전학을 위해 꾸며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환경전학과 관련된 서류가 논란이 있은 이후 구비가 됐다고 주장하며 “딸의 내신 성적이나 대학진학 등과 관련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환경전학에 대해서도 자기 딸을 가르친다는 것만으로 전학시킨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학교의 대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학교가 학생을 전학시키기 전에 자체적으로 환경을 전환해 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학부모들은 “시간제 강사를 통해 딸의 반을 맡지 않게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고 1학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명만 받아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교에서도 직접 맡지는 않더라도 학부모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많고, 시험 출제도 같이 하지만 교육자의 자질을 믿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여고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특히, 학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있다고 해서 관내전학이 허용된다면, 현재 비슷한 상황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전학을 해도 되는지에 대해 강력하게 따져 물었다.
전ㆍ편입학 및 재입학 업무 시행 지침에 따르면 현재 거창관내에서의 전학은 불가하다. 하지만, 폭력 또는 질병 등으로 교육환경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는 ‘교육환경전환대상자’로 관내 전학이 가능하게 돼 있다.
하지만 거창군은 비평준화지역이므로 모든 전ㆍ편입학(교육환경전환대상자 포함)이 학교장의 재량으로 가능하다. 이는 서류는 구비하되, 평준화지역의 교육환경전환대상자가 거쳐야하는 심의과정을, 비평준화지역인 거창에서는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학생은 굳이 학교를 옮겨야 했을까?
거창여자고등학교는 담임 의견서에서 ‘교사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고 추후 평가까지 해야 하는 실정에, 동학년 학생들 간 부당함에 대한 문제제기 우려가 있으며, 이로 인해 따돌림을 당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학생들과 지역 학부모들의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명시 돼 있다.
학교장 의견서에도 ‘교육과정 편제상 배치를 배제하려 했으나, 소규모 학교라 학반 교과지도배치가 불가피하고, 김 교사와 가족들이 전학을 원하고 있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교를 옮긴 것은 성적의 우위를 점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가 있어 전학을 할 경우, 왜 굳이 도 모의고사 이후 옮기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그렇다면 이번 경우가 환경전학에 포함될까?
문제는 바로 ‘등으로’다. ‘폭력 또는 질병 등’에는 많은 내용을 나열할 수 가없어 함축시키기 위해 사용된 용어다. 학교와 경상남도교육청은 바로 이 ‘등으로’에 아버지가 딸을 가르쳐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단순히 아빠가 딸을 맡아서 한다는 이유로 포함된다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양측 학교장은 ‘적법한지 아닌지는 학교장이 판단해 결정한 만큼, 법에 위반했을 경우 처벌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들은 딸이 다시 여자고등학교로 돌아간다거나, 조금의 피해라도 발생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문제의 확산보다는 이번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한편, 이번사건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질 수 없다. 합법적으로 전학이 이뤄졌고, 그에 대한 의문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문제까지 거론돼야 하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해사실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한 달여 동안 문제를 끌고 오며 본의 아니게 서로에 대한 비방도 무성해져 있다.
이렇듯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는 시점에 더 이상 길게 끌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길면 길수록 학부모와 학교간의 사이가 나빠질 뿐만 아니라, 학생만 오히려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끝내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교육당국은 모든 과정에 대해 감사를 실시, 학부모들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이제는 뒷짐 지고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 말로 적극적인 개입으로 교육도시 거창의 명성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