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물이 줄어들까

작성일: 2004-08-09

근 년에 와서 왠지 계곡이나 샛강, 하천의 수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이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 중 하나라더니 벌써 그런 조짐의 신호일까?
년 초에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연 세미나에서 고려대학교 민족문제연구원 정지영 박사는 지라산 비탈에 자리잡은 계단식논의 기능과 가치를 발표한 적이 있다.
18세기이후 산 속으로 옮겨온 가난한 농민들은 돌 투성이의 가파른 산비탈을 개간하여 논으로 만들었다. 걷어낸 돌로 논둑을 쌓고 물이 쉬 빠져나가지 않도록 점토나 흙을 퍼 날라 다졌다. 모 든 일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졌다.
한 명이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일해야 한 평 남짓의 논을 개간 할 수 있었다. 손바닥만한 땅도 논으로 일궜다. 그런 논은 삿갓하나로 논 한빼미를 다 덮을 수 있다고 해서 ‘삿갓다랑이’, 또는 죽이나 밥 한 그릇과 바꿀 정도로 작다고 해서 ‘죽배미’ ‘밥배미’ 라고 불렀다.
이렇게 수 백년 동안 눈물겨운 노동으로 이룩한 계단식 논은 여러 가치를 지닌다. 토양의 침식을 막고 물을 머금어 홍수를 줄이며, 산 속에 습지를 조성해 생물의 다양성을 높인다.
다랑이 논은 소중한 문화유산 일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새로운 자연이기도하다. 정 박사는 이런 계단식 논이 버려져 황폐화하고 있는 것이 최근 잇따른 지리산 홍수피해의 한 원인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리산 다랑이 논은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에 미치면 자연이 풍성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예전 보다 계곡 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돌산 일하는 지인 강 전무가 이르기를 하천의 물이 줄어드는 원인은 기후 탓이 아니고 숲이 우거지면서 나무뿌리가 스펀지처럼 물을 많이 머금고만 있고,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순환고장과 같은 원인이라고 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나 생태계의 밸런스조정을 위해 산에 가끔 불이 나야 산나물도 채취하고 숲이 무성한들 무용지물이라고 흔히들 억지를 쓴다. 산이 황폐하면 피해가 더욱 심할 것은 불 보듯 뻔함에도 한심하게 숲 타령만 하고들 있다. 산림청 자료를 보고 비로소 전술한 바를 바로잡고자 한다. 나무자체는 물을 새로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을 없애는 것도 아니고 머금었다가 도로 내놓고 있을 뿐이다.
하천의 유속이 빠름에 대해 수차 언급한 바와 같이 하천에서 물의 흐름을 완급을 조절하는 모래자갈 크고 작은 바위가 자연제방구실도하고 어류와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인 자연석을 사그리 채취해버린 관계공무원의무지도 한몫을 톡톡히 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거진 숲, 그림 같은 다락 논, 산천어무리가 유영하는 정겨운 강, 본디 있었던 옛날그대로가 자꾸만 좋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