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老花蝶不來라!(꽃도 시들면 벌나비도 아니오나니)
작성일: 2011-11-24
내겐 異腹도 異父도 아닌 이웃집 누님이 한분 있었다. 학교를 갈때 同友 최병림이란 죽마고우를 찾아가면 누님이 꼭 찰떡 몇개를 쥐어주며 학교가는길에 먹으라니 인정미가 넘쳐흘렀다. 50년대 중학교 3년 사랑이 움트던 사춘기 시절, 졸업기만 되면 SB라고 누나, 오빠를 맺어두곤 학창시절의 울고 웃던 애환사 이야깃거리를 써주던 추억장이란 아름다운 문화가 있었다. 나도 추억장을 등사하여 제일먼저 SB누님께 주곤 추억담을 써와선 읽어보면 춘향전같은 구구절절한 애정담이라 친구들게 읽혀보이며 내 누님이 좋네, 네 누님이 좋네 자랑을 하면서 애정의 밑거름이 되어준 누님들 이야기로 밤을 지새었다. 내 누님은 첫째, 인정이 유별했고 얼굴도 중국 월나라 절세가인 서시(西施)처럼 예뻤으며 몸매도 오동포동 보름달같이 풍만하여 ‘말을 할줄아는 꽃’ 양귀비로 擬人化하여 인기가 대단했다. 허지만 나보다 7살많은 누님은 사랑을 달걀처럼 품겨주곤 거자막추(去者莫追)라 가는사람 붙잡을 수 없어 시집을 간후 소식도 정분도 소원했었지만 무정세월이 烏飛兎走같이 달아나도 늘상 晝思夜夢하였다. 헌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하여 상전벽해라 했는데 50년만에 慶北 구미서 신문사로 來電, 꼭 한번 다녀가라는 하소연이었다. 지난주 대구서 유동갑先生의 令息 치과에서 이빨치료를 하곤 짬을내어 열차로 구미 누님댁을 찾아가보니 그 옛날 부잣집 막내딸로서 빛나던 서글서글한 눈빛은 간곳없고 장미꽃같은 연분홍 화색도 바래져 산(傘80)수 나이와 병마에 시달린 얼굴을 보곤 측은지심에 눈물이 났다. 경북 구미라면 居昌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내왕 없는 타관객지라 동고동락할 친구없고 게다가 여든에 몸도 불편하니 노화접불래(老花蝶不來)라 꽃도 시들면 오던 나비도 아니오나니 고향소식도 옛 친구들의 안부도 끊겨 두문불출 한다며 15평 아파트서 홀로 고독과 싸우는 모습이 목불인견이었다. 이제 그나이에 불같은 情炎도 식어 노을진 인생에 무슨 미련이 남았겠느냐만은 숨을 쉬고 눈을 떠서 세상을 관조하는한 옛 추억이 그립고 이루지못한 세상사 한은 Pandora 궤 속에 넣어두곤 실날같은 희망에 살고있는 것 같았다. 세월 Plus 인생길은 Equal 無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인생길 한번가면 다시 회항할 수 없는 강을 건너 천당인지 극락인지 魂昇魄降하면 남는것은 한 줌의 재 부토이니 인생이란 결국 길바닥에 떨쳐누운 쓰레기 낙엽같은것! KBS뉴스엔 오늘 아침 居昌이 -5도라고 하여서 호주성공회 Cobbett신부님이 보내주신 캐스미어 純毛 머플러 한 장을 싸선 누님께 부친다고 ‘깅찰수 앞을 지나 우핀소’로 향하는데 찬바람에 가로수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져 패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순간 寒天라목을 바라보니 이상야릇한 감상벽에 젖어 이 첨지도 잠시 머무적거렸다. 인생도 저 버림받고 낙하하여 인간의 발밑에 짓밟히는 無情物 같으메 나도 얼마 남지않은 人生여정 징검다리를 조심조심 건너라는 경종이요 Signal같아 낙엽을 밟으며 폴 베르레느 詩를 읊조리노라.
가을날 비올롱의 가락긴 흐느낌
사랑에찢어진 내마음을 쓰리게하네
弔종소리 울려오면 가슴만 막혀
가버린 날 추억하며 눈물에 젖네
이몸도 낙엽아닌 몸이련만
오가는 바람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아! 가련한 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