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박사의 세상사(世上思) - 유권자의 자격
작성일: 2012-03-15
오는 4월11일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언론과 정당들에서는 선거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으나 일반 서민들은 먹고 살기 바쁜 생업 탓인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 같다.
이상적이고 제대로 된 ‘정치’가 이루어지려면 언론과 정당 못지않게 유권자인 일반 서민들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야 한다.
유권자의 의무는 선거일 당일 하루 투표장에 나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투표 전에는 진정한 선량을 제대로 선택하기 위한 분별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선거 후에는 그들에 대한 지속적 견제와 감시, 질책을 통해서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왠, 상투적인 소리냐? 하겠지만. 정치인들의 수준을 탓하기에 앞서 그 근본적 원인은 저질 정치인을 사려 깊지 못하게 뽑아준 우리들 유권자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정작 바뀌어야 할 대상은 정치인이 먼저가 아니라 유권자가 우선되어야 한다.
못 먹고 못 입고 못 사는 시절에는 어느 후보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투자와 예산을 많이 끌어와서 나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줄지를 염두에 두고 이해득실을 계산해가면서 투표를 했다.
길을 뚫고, 다리를 놓고, 자식 취직을 시켜주고, 농가 빚을 탕감하고, 무상지원을 약속하는 등등.
이제는 길과 다리도 놓여 질 만큼 놓여 졌고 과거에 비해 살기도 좋아져, 누가되든 그게 그거인 것 같고 크게 나와 직접 연관될게 별로 없는 것 같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절기처럼 4년 혹은 5년 마다 다가오니, 정부에서 선거를 실시하니, 때가 된 것 같아 주변 분위기에 따라서 투표할 뿐이지, 선거가 내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기 살아가는데 바빠 정치에 관심도 없고 따라서 특별하게 누구를 지지나 반대를 해야 될 이유도 없는 것이 요즘 우리네 유권자들의 대다수 실상이다.
따라서 선거철이 되면 출마한 후보들은 죽기 살기로 혼신을 다해 자신을 알리려고 하지만 반대로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게 귀찮아지고 나와는 무관한 방관자적인 입장이 되어 가면서 선거홍보물과 유세차량의 스피커소리가 소음이고 공해로만 느껴진다.
기껏 투표해야 하는 이유들을 들어보고 살펴보면, 후보나 후보 주위사람들이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거나 사소하지만 무언가의 인연 때문에 그나마 투표장까지 걸음 해 투표에 나서는 것이 현실이다.
그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아예 투표 자체에 관심이 없다 보니 자연 투표율은 저조해 질 수밖에 없다.
기권도 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되새겨 보면 투표는 국민으로서 중요한 권리이자 한 표를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의무인 셈이다.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 이상으로 유권자들도 내가 어느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를 두고 시험문제에 있어 정답을 알아맞히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수험생처럼 눈에 불을 켜고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저 선거홍보물에 나온 사진의 인상이 연예인처럼 좋고 잘 생겼기에, 나와 성씨가 같기에, 학교 동문이기에, 소문과 인사성이 좋기에, 주변에서 지지해달라고 권유하기에 등등, 만약 이런 것들로 지지자를 선택하게 된다면 주체성 없는 2류 3류 유권자를 면치 못할 것이다.
후보자들의 명단과 경력을 입수하고, 그저 스펙 쌓기로 이름만 올려놓았던 경력 말고 진정한 능력과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표시해주는 경력을 선별할 수 있고, 정책과 공약이 그 직위에 맞는 내용인지 실현 가능한 것들인지를 꼼꼼히 따져 살펴보고 그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유권자로서의 진정한 권리이고 의무인 것이다.
과거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한다”는 유명 전자제품 광고 카피가 있었다. 선거에 있어 투표는 한번 선택이 우선은 4~5년을 결정하는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잘못 뽑은 정치인들이 우리사회의 틀을 잘못 이끌고 그르치는 판단을 했을 경우 그 후유증은 10년 100년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4월11일 총선에서 만큼은 ‘깜’이 되는 국회의원을 제대로 선별해 뽑을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자격 있는 1등 유권자가 되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