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미가제 탁강현의 아리랑

작성일: 2012-03-22

지난 3월 15일 KBS ‘역사스페셜’을 보고 태평양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일본은 자살공격이라는 극단의타개책을 내놓는다.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는 적함에 투항, 죽음을 담보로 한 작전이었다.
4000명에 달하는 젊은 병사들이 이 무모한 작전에 투입돼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는 10여명의 조선인병정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탁경현은 그중 한명으로, 2001년에 개봉한 일본영화 ‘호타루’의 실제 주인공이다.
영화에서 탁경현은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1945년 5월 출격명령을 받는다.
출격전날에는 평소 자주 찾던 식당에 들러 ‘아리랑’을 부르며 눈물 짖는다고 한다. 영화는 전후 시절을 그리워하는 일본인의 감성을 자극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독고다이(特攻隊) 탁경현은 5월 11일 전투기에 폭탄을 싣곤 미군함대로 돌진을 한다. 하지만 작전에 실패를 하곤 결국 오끼나와 해상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으로 그때 그의 나이는 스물넷이었다. 이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돼 지금도 일본의 군신(軍神)으로 추앙받고 있다.
2007년 5월 경남 사천에서 추모비 하나를 두고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었다. 일본의 한 여배우가 탁경현의 위령비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여배우의 꿈에 군복차림의 탁경현이 나타나 조선 경상도 사천 고향마을의 이름을 들먹이며 억울한 죽음에 대한 현몽이었다.
그러나 광복회 울산 경남 연합지부 회원들과 진보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반발은 거세었고 일본여배우의 농간(弄奸)에 놀아난 사천시장을 시청 공무원노조와 시의회에서 비판하기에 이르러 철거 파쇄 키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
그 현장에서 저도 목격한바 아직까지 일본천황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던진 가미가제 조선인을 기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 우리국민의 정서임이 분명했다.
결국 추모비 건립계획은 무산되기에 이르렀고 출격전날 아리랑을 불렀던 조선인 가미가제 탁경현, 그를 비롯한 조선인 특공대는 진정 친일반역자였을까 싶은 애증(愛憎)과 연민(憐憫)의 정이 없진 않으나 골수에 친일분자란 낙인만은 영원히 지울 수 없겠다 싶었고 그 일로 인해 한일 감정만 표출시키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일본인 여배우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얼마든지 치적을 치켜세울 인물이 쌔 별나고 쌨는데 왜 하필 친일반역자들만 골라서 기념관이다. 동상이다. 노래비다. 추모비다. 기념제다 등을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치르려하는 것에 분노를 느낌은 왜일까?
비유컨대 어느 집안엔 6.25당시 형은 대한민국국방군 장교로, 반면에 당시 대학생인 동생은 서울에서 인민군에 잡혀가 북한 괴뢰군이 되었다고 치자 불행하게도 형제는 총칼을 마주 겨눈 주적이란 것이 엄연한 사실이요 군법감이다. 형제는 국방군과 괴뢰군일 뿐 여기에 변명이 통 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가미가제 탁경현은 자원해서 특공대가 되었건 떠밀려 친일반역행위를 했건 간에, 여기에 무슨 잔말이며 잔꾀가 필요탄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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