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퉁소

작성일: 2012-04-19

목관이든 금관이든가로로 입술을 대고 부는 악기를 지칭하는 적(笛)은 원래 세로로 부는 악기로 동양에선 퉁소라 칭한다. 三國志 시대 인물 마융이 쓴 <장적부長笛賦>에 퉁소용 대나무 산지로는 종남산(終南山) 북쪽의 험준한 산세와 아래로 세차게 흐르는 강가를 꼽았다. 이곳은 사람의 발자취가 드문 심산유곡 첩첩산중으로 날짐승 길짐승이 주야로 울부짖고 산 닭과 장끼들이 짝을 찾느라 슬피 울어댄다.
퉁소용 대나무산지가 험준한 지형에 산짐승들의 슬픈 울음소리그 내력을 품고 자란환경과 맞아 떨어진 대나무를 제일로 삼았다한다. 그런 연유로 퉁소에 인간의 숨결을 불어 넣으면 애절한 음 율이 울리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까 한다.
퉁소의 애절한 소리는 슬픔에 젖은 인간의 마음을 끌게 해 주는 마력이 있어 귀양 간 간신이나 버림받은 딸자식, 소박맞은 아내 슬픔에 잠겨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요.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바람에 실려 오는 퉁소의 구슬픈 소리에 눈물을 짖게 된다.
대나무의 윗부분을 잘라 낸 나무를 정해진 구격에 맞추어 자르고 불에 구어 펴고 칼로 다듬어선 막힌 부분에 구멍을 뚫고 문질러 광을 낸다. 그런 후 악사공예가에게 조율을 한 것이 바로 퉁소다. 사시사철 잔설비바람에 악전고투하며 자란 대나무가 내는 구슬픈 소리는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은 동병상련의 이구동성이라 해도 될까!
나는 소시 적 죽마고우가 가진 정말 탐나는 퉁소를 잊지 못한다. 그 퉁소를 불고 싶어서 내게 좀 달라고 졸라봤으나 쉽게 응하질 않아 서로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하자 고도하여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적 고가의 TV한대와 바꾸어 간직하다가 국악기에 재능이 없음을 안 나머지 박물관에 기증을 했다. 그러나 내겐 모양새가 그 보다는 가늘고 못생겼지만 조부의 손때 묻은 유품 퉁소를 간직하고 있다. 구멍을 아홉 개 뚫어 놓았는데 입술에 대고 부는 구멍이 제일 크고 그 밑에 엄지와 검지손가락 약 한 뼘쯤의 큰 구멍은 창호지로 야물게 발라서 막아 놓았는데 악기의 기능을 전혀 몰라 답답한 채 장식품으로 두고 있다.
오래전 거창군문화센터 피리프로그램 에서 가늘고 작은 피리를 얕보아 습득이 쉬울 것 같아 2주간을 불고 연습을 해 봤으나 삐 삐 소리조차도 나지 않아 포기를 하였다. 그래서 좁은 구멍에 입을 대고 불어넣지 않고, reed(갈대의 얇은 판)를 입 바람으로 문풍지 떨림소리 이치인 양악기색소폰을 배울 작정을 했다.
꽃샘추위 영동할매 내려오는 바람이 쇄쇄 거리며 휘감아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 ‘퉁소’ 인간이 만든 소리에 자연의 소리로 화답하는 산골바람 높은 하늘 낭만의交響詩를 벗 삼아 晩陽의 햇살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