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고마비
작성일: 2004-09-13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천고마비에는 흉노족에 대한 중국인의 두려움이 담겨있다.
흉노족이 가을 걷이를 앞둔 중국 북방의 변경을 휩쓸어 겨울나기 양식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두보(杜甫)의 조부 두심언의 시가 나온 `추고새마비'(가을하늘이 높아 변방의 말이 살찌는 구나)가 전쟁의 승리를 겨울날씨에 비유한 것이어서 이를 줄인 ‘추고마비'가 가을 찬사로 널리 쓰였다.
그것이 오늘날 우려를 띤 `천고마비'든 기쁨을 담은 `추고마비'든 가을에는 말이 살찐다는 생각은 똑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우려을 띤 `천고마비'가 가을의 문턱에서 거창 민심을 사로잡고 있다.
지역경기침체속에 서민들의 한숨은 그칠줄 모르고 `부자되세요'가 덕담을 넘어 강박이 된 요즘이다.
아파트 공사현장마다 미 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부도로 이어져 거창 경제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있다.
10억원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에도 `한달에 10만이면 잘쓴다'고 말하는 `강아지 똥'이란 책에 나오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를 나타내는 대조적인 말일 것이다. 시내 곳곳에는 개·폐업이 반복되는 가운데 오는 10월30일 군수보궐선거 선거전으로 벌써 후끈 달아오르고 있으나 서민경제는 바닥을 치며 가을비 처럼 처연하게 우리들 가슴을 헤집고 있다.
따스한 겨울을 예약할 수 없는 사람들 살찌기는 커녕 말라 비틀어져 가는 가계(家計)에 낙담하는 사람들이 날이 다르게 늘고 있다. 삶을 흔드는 세상의 바람속에서 이들은 높아지는 하늘처럼 멀리로 경기회복의 희망을 보며 차기 거창군수에게 거는 기대 또한 크다.
민심은 천심이다.
거창군수 출마자들은 민심을 잘 살피고 공약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진정 거창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비젼 제시와 강한 리더쉽을 가진자 만이 표심을 움직일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