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반과 호

작성일: 2012-10-18

양반(兩班)의 사전적 의미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지배층을 이루던 신분을 가리켜 이르는 말이다.
원래 동반과 서반 즉 문반과 무반을 묶어 서로들 두 개의 班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대체로 이 말의 뜻을 잘 모르지만 그저 예의바르고 점잖은 사람이면 양반이라고 호칭을 하는 것이 상례이다.
문반이라고 하는 것은 문관을 의미하고, 무반이라고 하는 것은 무관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잘 모르긴 하지만 안반이라고 하는 말도 있다. 이는 남행(南行)이라고도 하여 조상 덕인 음덕으로 벼슬살이를 한 사람을 이르는 말인 것이다.
남반이라고 동반과 서반으로 양반에 들지 않는 벼슬아치인 문관도 있고, 무관도 있기기는 하지만, 과거를 보아 벼슬에 오른 것과 차이가 있다. 또한 양반은 사대부(士大夫) 사족(士族) 사류(士類)사림(士林)이라고 불렸다.
경복궁 창경궁에 가보면 경복궁의 경우 임금이 조회를 받는 근정전 계단위에서 근정 문 쪽을 보면 임금은 북쪽을 등진 채 남향으로 앉으시고 왼쪽(근정 문 쪽에서 오른쪽) 에는 동반(東班)이라고 하는 문관이 자기의 품계에 따라 품계석 앞에 서며, 오른쪽 (근정 문 쪽에서 왼쪽)에는 서반(西班)이라고 하는 무관이 자기의 품계에 따라 서는데 이 두 반열을 합하여 이르기를 ‘양반’이라 하였던 것이다.
본디 양반이라고 하면, 4대조(祖)안에 벼슬을 한 사람이 있어야 했다. 다시 말하자면 아득 히 먼 옛날에 벼슬을 한 조상이 있었다고 하여 무조건 양반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양반이 되는 덕목에는 유교적인 교양과 관직 등이 포함되어있다. 연암박지원의 양반전에 “글을 읽는 사람을 사 - (士)라하고 벼슬하는 사람을 대부(大夫)라하며 덕이 있는 사람을 군자(君子)라” 하였다.
요즈음 신식 양반 반열(班列) 축에 들 수 있는 조건에 호(號)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나본데 그래선지 작호(綽號)에 대한 물음에 답하노라.
所處以號 소처이호 : 생활하거나 인연이 있는 처소로 호를 삼는다.
所志以號 소지이호 :이루고자 하는 뜻을 호로 삼는다.
所遇以號 소우이호 : 환경이나 여건을 호로 삼는다.
所蓄以號 소축이호 : 좋아하는 화조나 간직한 물품으로 호를 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필자의 13대조부님 호가 갈천(葛川)인데, 우리 마을 옛 이름이 칡넝쿨이 우거졌다고 하여 칡네가 오랜세월 구전되면서 치내가 되었고, 동네 앞 을 흐르는 벽계수가 있어 고로 갈천 으로 지으셨다.
가하여 노자 말씀에 이르기를.
大直若屈 대직약굴 : 참으로 곧은 것은 도리어 굽은 것처럼 보이고,
大巧若拙 대교약졸 : 참으로 잘하는 것은 어딘가 서툴러 보이며,
大辯若訥 대변약눌 : 참으로 잘하는 말은 어눌한 것처럼 들린다고 했다.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불성실한 사람은 인간적으로 양반대우를 받기가 어렵다. 이런 사람에게 진정한 몸값이란 없다.
용모와 직위 등 외형적인 조건은 당신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성심을 갖추지 못했다면 눈에 보이는 조건은 오히려 다른 사람의 반감을 자아낼 뿐이다.
<임부륙 r20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