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烈女門

작성일: 2012-11-08

명나라 때 단도지방에 근문희란 사람의 처가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 청상과부가 되었다.
고로 그 지방 관리가 열녀비를 세워주자고 조정에 청원했다. 조정에서는 그 청원을 예부(禮部)서 처리하도록 했더니 예부의 의조랑 벼슬아치가 근 씨와 인척간이기에, 열녀비를 세워주자고 더더욱 주장을 했다. 그런데 예부상서 오산(吳山)이 반대를 했다.
오산은 명나라 대신이다. 간신 엄숭의 아들 엄세번이 결탁하자고 여러 번 청해왔으나 거절했다. 그로인해 관직에서 파면된 후 조정에서 다시 불러들이려 했으나 나가지 않았다.
“절개를 지킨 남편과 아내와 효성스런 자손들에게 나라에서 열녀비를 세워주는 까닭은, 그들의 도덕적인 풍모를 표창하여 타의 모범으로 삼게 하고, 세상의 풍습을 교화하기 위함에서다. 근부인은 진작 열녀로 책봉되었는데, 굳이 烈女門 열녀의 행적을 기리기 위한 을 旌門을세울 필요가 있겠느냐?
오산이 서원에 갔다가 大學士 서개를 만나게 되었는데 서개가 근부인 열녀비 이야기를 꺼내자, 오산은 정색을 하며 말하길. “대학사 게서도 근 부인이 수절하지 못할 거라 걱정하십니까?” 서개가 말문이 막힌 것이, 사대부 양반가에서는 흔히 말하는바 열녀비나 열녀문에 청춘을 담보 잡히는 고루한 惡法은 현금의 예절법도로선 온당하지 못한 비루한 꼼수이기에 오산의 뼈있는 말을 음미해 봐야 한다.
가문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열녀비석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임을 오늘날에 와선 더욱 깊이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일 것 같다. 언젠가 괴한의 총격에 사망한 케네디 미국대통령의 사망신고서에 잉크도 채 마르기도 전 개가한 잭크린케네디 미망인을 두곤 우리의 유교적 사고방식으론 이해키 어려운 배은망덕한 일을 기억 하지만 미국이란 대국에선 별로 기이하고 의아하게 여기질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벼락부자가 되면 먼저 하는 것이 조상 묘지단장과 덩달아 비를 세우는 것이 순서인양 한다.
치적 즉 생전 공로가 없으니 비문내용이 부실함은 당연지사다. 이럴 때 족보와 타인의 공로를 금전으로 가로채선 예전 이름 있는 명문가나 왕족으로 하루아침에 둔갑 하는 웃음거리가 비일비재하니 가소롭지 않은가?
그러한 재화를 나라위한 공익사업이나 불우한 이들을 위해 보람 있게 써야 할 터인즉 자선사업을 하는 사람은 존경을 받기는커녕 역으로 바보취급 받는 세상인심이 못내 아쉽다.
향음주례(鄕飮酒禮) 는 원래 향학(鄕學)에서 3년간 학업을 마친 학도 중 출중한 이를 골라 임금게 추천하며 주연을 베푸는 행사였다. 마을의 유덕한 유현들이 행사를 주관했기 때문에, 후엔 마을의 연배나 덕망 높은 이를 알아듣도록 권하고 노력하여 힘쓰는(勸勉) 행사로 바뀌었다. 그런데 요즘엔 돈 많고 권력 있고 뭔가 내가 낸 체하여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 바뀌어 가는 것이 서글프다.
옛 성현들 말씀에 “덕과 명예를 억지로 자랑하지 말라”고 했는데, 주위를 돌아보면 아직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예컨대 ‘열녀비’ 등 큰 비석 金石文(쇠나 돌로 새긴 비문)을 탐하고 있다.
비문에 새길 내용이 없으면 없는 대로 돈은 있으니까“크게만 세우면 효도의 푯대”가 되지 않을 까 싶다. 일전에 진주의 모 연로한 교수님이 전하시길 비문을 부탁한 모양인데, 내용이 빈약하다는 말씀이시다. 晦堂 손자 자네가 그런 일을 저질게 해선 안 된다는 골자였다.
오늘 날 전 국민이 정치가이며, 전 국민이 대학교수, 전 국민이 종교지도자인양 똑똑해진 세상에선 다 잘 난사람들뿐이라 누구나 간섭을 받으려고 하지 않아 의견의 접근이 어렵다. 평소 남을 즐겨 돕고 인정을 베풀되,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적 의리를 행하다 보면 자연히 나를 돕는 자가 많이 생기는 법, 이것이 공로이자 공적이 아닐까 한다.
r20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