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럽의 18세
작성일: 2012-12-20
‘사람에게 가는 길’이란 책에서 발췌한 유럽 어느 주니어캠프 이야기다.
하우스 킵핑 담당인 엘리자베스(여, 20세)제법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이다. 굳이 이런 고생을 안 해도 될 텐데, 통나무집을 쓸고 닦는 일은 물론이고 식당의 잔반통을 퇴비장으로 나르는 일까지 꽤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로우에서 자원봉사로 두 달간 일하면서 받는 용돈으로 미국, 캐나다 일주여행을 하기로 했다는 엘리자베스는 자립심이 강한 아가씨였다.
한번은 잔반 나르는 일을 혼자 낑낑 거리면서 하기에 도와주었더니 처음에는 ‘땡 큐’ 그러더니, 다시 도와주려하자 정색을 하며 “ No, thank you. It's my job(사양하겠어요, 이 일은 내 일이거든요)” 하고 말하는데, 처음엔 그녀의 태도가 당황스러웠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곳 주방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베키’는 19세 금발 숙녀다. 게이브와 연인사이인데, 작년 9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모의 둥지를 벗어나 보스턴에서 작고 소박한 새 둥지를 틀었다. 결혼식만 안했을 뿐 이들은 실제 부부나 다름이 없었다. 부모는 진학을 권했지만 자신은 요리사가 되고 싶어 이 길을 택했단다. 보스턴의 제법 큰 레스토랑의 보조요리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단다. 일은 좀 힘들어도 재미가 있다며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였단다.
우리나라의 18-19세 틴에이지 들이 이들처럼 독립하여 제일을 꾸리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어림없을게다. 우선 부모들이 허락 치 않을 게고, 주변의 눈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청년들은 고등학교만 졸업을 해도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다는 게 일반적상식이란다.
일부 상류층 자녀들을 제외하곤 직장을 얻든지 아니면 대학을 다니더라도 부모에게 얹혀사는 것을 부끄러워한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가 되면 투표권이 주어지고, 웬만하면 직장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러운 건 일단 대학에 진학하면 은행에서 생활비 며 학비를 융자받을 수 있어서다. 물론 유럽대부분 국가들은 학비면제에 생활 보조금까지 나라에서 대여해준단다. 융자금은 대학졸업 후 벌어서 갚으면 되니, 18세가 되면 성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장치가 되어서란다.
지난 19일은 18대 대통령 선거날이었다. 여야 후보는 공약을 걸고는 맹렬한 설전이 오갔다. 그 중 ‘반 값 등록금’도 한 이슈를 차지했는데, MB대통령이 실패한 공약을 되풀이 한 것으로 봐 재원이 없어 실천여부가 희박해 보인다. 지적한 바와 같이 유럽 여러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를 과감하게 모방하기 전엔 어려울 것 같다.
《삼국지》에 “동풍을 빌려 청운을 잡는 다”란 말인즉 수레를 빌리면 발을 쓰지 않고도 천리를 갈 수 있고, 배를 빌린 사람은 헤엄칠 줄 몰라도 어떤 강이나 건너갈 수 있다. 군자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만물을 잘 빌려 쓸 줄만 알면 된다. 한 조직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능력이 딸릴 땐 ‘힘을 빌리는 차력(借力)’의 힘을 알아야 한다. 조조는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 중원을 통일 했다.
곤륜산의 玉이비록 값지다 해도 제후들이 장식용 玉으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쪼아내고 갈아 연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의 자질이 뛰어나도 큰일을 하려는 그릇으로 쓰려면 좋은 벗이 도와주어야 한다. 어질지 못한 벗과 사귀면 서툰 목수가 십중팔구 뒤탈을 내는 것과 같아, 군자는 마음이 오가는 만남으로 답답하던 마음이 시원스레 통해 한세상을 함께 건너갈 그런 벗을 구하고 싶다는 중국고사가 있다.
어린나이에 독립심은 좋으나 사회적 구조나 국가의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화중지병(畵中之餠)이라 그림의 떡 아닐까 싶어 그저 답답한 마음에 넋풀이를 해보노라.
r20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