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녹슬지 않고 닳아지는 삶”

작성일: 2013-02-07

요즘같이 모든 것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는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생활 양상이 형성되기도 하고 전 생애를 통한 결실의 차이도 나타나기도 한다. 그 만큼 가치관은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혼자 살면서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어떤 가난한 할머니가 죽은 후에 그의 때묻은 배갯속에서 꼬깃꼬깃 접어 넣은 채 때에 절어 딱딱하게 굳어진 만원 짜리 지폐뭉치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온갖 고생 끝에 돈 뭉치를 배고 굶어죽은 그 할머니는 돈과 바꿀 수 있는 가치있는 삶의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고 오직 ‘돈이 모인다’는 사실에만 모든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돈을 위해 살았고 돈 때문에 죽었을 것이다.
근래 서구에서는 60세를 넘어 고령의 노인들 중에 대학에 뒤늦게 입학하여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이 제법 늘어간다고 한다.
필자도 59세에 계명대학교 사회복지과를 4년간 새로운 학문분야에 뛰어들어 젊은 청소년들 틈에서 땀흘리며 그들과 경쟁에 열중하여 62세에 졸업장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 필자가 대학에 입학하여 학교를 다닌다고 하니까 제일 먼저 친한 친구들이 비웃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 때문에 ‘사서고생을 할까?’라고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들의 비아냥 거리는 모습을 잘 소화 시키며 학문을 통해서 새로운 진리를 탐구하는 일이 남은 생의 즐거움이며 보람이었다는 것이 필자의 심정이었다.
필자는 이처럼 새로운 삶의 기쁨을 맛보며 또한 자신의 새로운 존재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구태여 스피노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고 ‘오늘 심는 사과 나무’에서 내일의 ‘열매’를 기대하기보다는 오늘 나무를 심는 ‘행위’에서 인간적인 고귀한 의지와 지금 인간이 존재하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갯속이나 또는 벽장 속 깊이 돈 뭉치를 감추어 놓고 이따금 남몰래 불어나는 돈을 확인하며 가슴 두근거리는 인간의 삶에서 나와 너는 어떤 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것은 젊은이들만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소위 인생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청장년의 인사는 물론 인생의 마감을 눈앞에 둔 노년에게 울려 주는 심각한 경종이라고 생각이 된다.
내가 후손들 앞에 추하게 시들어 가는 늙은이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렇다. 또는 허둥지둥 걸어온 인생이지만 그나마 많이 남지 않은 나의 길에 마지막 아름다운 발자국을 남겨놓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사람들에게는 자기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에 따라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이 되는 가치관이 부여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월남전참전고엽제전우회 거창군지회장 박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