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곡을 부르다

작성일: 2013-03-07

바람은 불어불- 어 청산을 가고 냇물은 흘러흘- 러 천리를 가네
냇물따라가고싶은 나의마음은 추억에 꽃잎을따며 가는내-마음
아 ---- 엷은 손수건에 얼룩이지고
찌들은 내마음을 옷깃에감추고 가- 는 삼 월
발-길마다 밟-히--는 너의 그림자
-이기철 작시 가곡 「그리운 마음」이다.

시인이자 대학교수인 이기철 은 동년배이나 고교는 한해선배로 막역지간이다. 그의 詩語가 좋아 시움 시 움 불러도 쉽지가 않은 것은 가사가 좋은 곡들은 까다롭고 어렵다는 게 매 한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노랫말이 눈에서 머리를 스친 정감이 가슴에 와 닿기까진 三年 이란 적잖은 세월이 족히 흘렀나 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 ---다 (중략)
-김춘수 작시 가곡「꽃」의 일절이다.

이 노래 역시 내겐 작곡자가 작곡을 잘못 했구나, 여길 정도로 이해가 더디었음을 실감 했고, 좋은 詩구엔 격에 맞는 곡을 붙이기가 그만큼 어려운 탓이련 가, 퍽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실토한다.
한데 부르는 횟수가 늘어갈 수록 뭔가 끌리는 짜릿한 맛이 있다.
쉽게 불러지는 노래란 쉬이 잊어버리는 유행가일 테고, 두고두고 가슴에 울어나는 참소리 가락이 진정한 가곡임을 알게 한 「꽃」이었다.
어찌 이뿐이랴. 김소월작시의 「산유화」나 한상억 작사의 「그리운 금강산」, 서정주 작시의 「국화 옆에서」역시 그 부류에 속한다.
한이 많은 우리민족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절로 나오는 가락이 <아리랑>과 <강강술래>며 탁배기 한잔에 술과 노래 가락은 희로애락(喜怒愛樂)이 담긴 우리민족사에 오랜 벗으로써 절로 어깨가 들썩이며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역시 우리네 애간장을 끊는 구성진 노랫가락으로 기쁠 때나 슬플 땐 술 한 잔으로 화를 삭이고, 즐거울 땐 흥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게한다.
“무엇 이 무엇이 똑같은가, 젓가락 두 짝이 똑같아요.” -「똑같아요」는 어린 시절 무심코 부른 동요이지만 이 가사에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젓가락은 한 짝만으론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가사와 곡조 둘이 결합하여 하나의 음조, 노랫가락이 되는 음양의 이치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얽혀 만물이 화순(化醇)하며, 남자와 여자의 정기가 서로 결합하니 하나의 생명체가 탄생을 한다” 음주가무(飮酒歌舞) 무주불성례(無酒不成禮)라, 술이 없으면 예를 차릴 수 없다는 말인즉슨 술과 가무는 모든 의식의 기본으로 자리매김 하였듯. 젓가락이 셋이면 하나를 덜어 둘이 되어야 하고, 한 짝 일 때는 하나를 더하여 둘이 되어야 한다는 괘(卦)의 이치 태극처럼, 젓가락처럼! 운율 음표(장단고저長短高低)가 젓가락처럼 두 짝을 이룰 때 相生 전통가곡(傳統歌曲)의 감칠맛을 음미 할 수 있음을 감히 말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