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안만목 불여 장성일목

작성일: 2013-03-13

흥선대원군은 조선팔도를 주유하면서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이라 고 학문으론 長城만한 곳이 없다”라고 하여 장성의 학문을 높이 평가 한 바 이러한 평가는 전적으로 노사 기정진의 높은 학문과 관련이 있다. 노사 기정진의 학문적 깊이를 알려주는 일화는 유명하다.
청나라 사신이 조선 우리나라 학문을 시험해 볼 량으로 용단호장오경루하석양홍〘龍短虎長伍更樓下夕陽紅〙이라는 글귀를 내놓고
이에 대구(對句)를 맞추라는 문제를 내었단다.
“용단호장”을 직역하면 용은 짧고 호랑이는 길다 라는 뜻이고 “오경수하석양홍”은 깊은 밤중 누각아래 석양빛이 붉다는 뜻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에 대신들은 대구하지 못하고 쩔쩔맨다. 할 수 없어 사람을 보내 장성의 노사 기정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즉 겨울철에는 해가 용을 상징하는 진시(辰時아침7시정도)에 떠오르므로 해의길이가 짧고, 여름철에는 해가 호랑이를 상징하는 인시(寅時아침5시정도)에 떠오름으로 해 길이가 길다는 뜻이며, 오경루는 중국에 있는 누각으로 석양의 경치를 노래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하여 “동해유어무두무미무척화원서방구월산중춘초록(東海유魚無頭無尾無脊畵圓書方九月山中春草綠)이라고 명쾌하게 답을 하였다한다. 풀어보면 이러하니 동해에 떠오르는 해는 고기와 같은데 머리도 없고 등지느러미도 없다. 그림으로 그리면 둥글고 글씨로 쓰면 각이 졌다. (日자를 암시)중국은 오경루에 지는 석양이지만 조선은 구월산에 새로 돋아나는 봄풀이라고 풀이가 된다. 이에 청나라사신은 천재적인 해석과 대답에 감탄했고 철종도 노사의 지식에 탄복하여 ”장안만목불여장성일목(長安萬目不如長城一目)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한다.
서울의 만개의 눈이 장성의 눈 하나만 못 하다. 는 칭송에 나오는 “장성일목”은 당시 안질로 한쪽 눈을 잃어 애꾸가 된 노사를 가리킨다.
노사(盧沙)기정진(奇正鎭 1798- 1879)은 전북순창 복흥면 조동리 에서 태어나 10세 때 이미 경서와 사서에 통달 유학에 전념하여 34땐 소과에 장원으로 합격한 후 강릉참봉 동부승지 호도참외 공조참판 등 40여 차례 벼슬을 받지만 6일간만 봉직하고 사양한 후 학문연구와 후진양성에만 전념했다한다. 46세에(납랑사의) 48세에(정자설)56세에(이통설)그리고 81세에 그가 평생 연구한 ‘이기론’을 정리한 외필(猥筆)을 저술한다.
제갈량은 “지나치게 트집 잡고 따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무엇이든지 참아내며 조용히 그의 진술을 듣는 사람 앞에서는 결국 수그러지고 항복하게 된다.” 고 했다.
험한 일을 당 할수록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응해야만 치욕을 면할 수 있다. 함이니 이치에 닿지 않는 말로서 억지를 부리는 청나라사신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사 기정진처럼 조목조목 냉정하게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