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녹슬지 않고 달아지는 삶으로 살자”

작성일: 2013-03-28

우리는 마라톤 경기에서 선두로 달려 들어오는 선수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도중에서 넘어지거나 체력이 달려 입상의 가망이 없는 선수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아픈 다리를 절룩이며 끝까지 달려 들어올 때 더욱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두 경우의 박수는 완전 그 의미가 다르다는 뜻이다.
먼저는 상대적인 경기에서의 선전을 축하하는 의례적인 박수이며, 나중의 박수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굴복을 거부하는 인간의 고귀한 의지와 정신적 승리에 대한 충심의 박수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김득구 프로권투 선수가 세계 정상에 도전했다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그만 링 위에 쓰러져 목숨을 잃어버린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이사고에 대한 현지 미국은 물론 국내외 보도진과 우리 국민들의 반응은 엄청나게 컸다.
우리는 평소에 외국에 나가 정상을 탈환하고 돌아온 그 어느 선수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뜨거운 마음을 이 선수에게는 보였다.
국내에서 신통치 않은 경기를 벌이고도 홈그라운드의 이점으로 개운치 않은 승리를 거둔 선수에게 냉정한 반응을 보였던 우리들이 결국 패자가 되어 버린 그 선수에게 왜 그처럼 열렬한 마음을 표시했을까 거기에는 결코 그 선수의 죽음에 대한 값싼 동정심으로 보아서는 안되는 무엇이 분명 깔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목숨을 걸면서까지 자신의 본분인 권투에 최선을 다한 그의 사명의식과 투지가 있었기에 우리 모두가 애타게 그의 죽음을 지켜보았고 가슴 뭉클한 비통함을 느꼈던 것일게다.
우리는 비굴하게 성공을 거둔 자를 외면하고 오히려 정의의 길에 서서 용감하게 최선을 다하다가 패배한 사람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오늘날과 같이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 정의로운 최선의 방법에 의한 ‘최선의 삶’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노력을 해 보았자 그 결과가 내의지와는 상관없으므로 ‘굳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인 것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라는 평범한 성서의 한구절에서 그렇게 열리기 쉬운 문도 두드리지 않으면 결코 열리지 않는다는 진리를 가르쳐 주고 있다.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 있는 자격은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만 주어지고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일을 꾸민 사람에게만 가능하다고 했다.
‘녹슬어 못쓰게 되는 칼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닳아서 없어지는 칼이 되어라’
최선을 다하는 오늘의 내 땀이 내일의 나를 역경의 수렁으로부터 건져내 주는 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곧잘 남의 잘못을 찾아내어 질책하는 재주가 있다. 그러나 그런 채찍은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들려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녹슬어 못 쓰게 되는 비참한 칼이 되지말고 차라리 닳아서 없어지는 멋진 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