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풍제월(光風霽月)

작성일: 2013-06-27

고양이와 나비그림 모질도의 ‘모’는 70세 노인을 말하고, ‘질’은 80세 노인을 말한다. 사음(寫音)을 상기 뜻에 결부시킨다면 고양이는 70세 나이며 나비는 80세이다. 몸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고양이의 나이 일흔과 살짝살짝 지상에서 날으는 나비는 나이 여든 살이 되어 늙어가는 인간에 비유하여 가장아름다운 은유법이다.
모질도나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귀양살이 하며 그린그림으로 세한도는 허허벌판에 송백나무네그루에 허간 같은 허름한 집 한 채가 전부로 당시 추사의 귀양살이 처지가 그대로 들어난 그림이 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다산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不二子家誠)은 오늘날 부정부패가 만연한 우리사회에 경구가 된다. ‘사대부의 마음가짐은 광풍세월(光風歲月)과 같아 털끝만큼도 가려진 곳이 없어야 한다.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윤택해져 호연지기가 나온다’ 는 것이 편지 내용이다.
조선시대 혈투를 방불케 한 정쟁의 제물로 눈만 잘못 흘겨도 귀양살이 유배지로 축출 시켰을 터인즉 귀양이나 유배는 정치범을 멀리 변방외딴섬으로 보내어 살게 한 같은 말이다.
추사나 다산이 유배지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추사는 모질도 세한도등 국보급 글씨와 文人畵를 남겼는가하면, 다산은 공직자의 바이블인 목민심서(牧民心書) 등 많은 서책을 남기기도 했다.
‘광풍제월(光風霽月)’은 맑게 갠 하늘에 거침없는 바람,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의 밝은 달을 뜻하는 선비의 도리라 하지만, 광풍세월(光風歲月)이나 그 말이 그 말이지 싶은 것이 유배지에서 달과 벗하며 고독을 씹을 수형 인으로 선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는 심정과 따라 사약사발을 바라다보는 심사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을 하게 된다. 거창의 안의 광풍루며, 필자의 선대 가선정 덕산정의 주련, 선친의 친필 송죽지헌(松竹之軒)편액이 걸린 사랑채 대청에서 바라보는 먼 현성산의 연꽃바위 봉오와 산세를 바라보며 옛 선비의 정취를 음미해보려 한다.
孟子의 부동심(不動心)은 아니 不 움직일 動 마음 心 자로 “마음이 외계의 충동을 받아도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아니함” 을 이름이라.
어떤 사건이나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동요되는 일이 없는 것을 뜻한다. 공손추가「부동심에도 道가 있습니까?」하고 묻자 맹자 왈 “있다“ 고 대답하곤 예를 들어 설명한다. 「옛날 증자(曾子)께서 자양을 보고 말씀하셨다. 그대는 용병을 좋아하는가. 내 일찍이 공자로부터 큰 용기에 대해 들었다. 『스스로 돌이켜보아 옳지 못하면 비록 천한 사람이라도 내가 양보를 한다. 스스로 돌이켜보아 옳으면 비록 천만명일 지라도 나간다』고 하셨다.」
즉 양심의 명령에 따라 행동을 하는 곳에 참다운 용기가 생기고, 이러한 용기가 「부동심」의 밑거름이 된 이야기로 추사의 세한도와 다산의 목민심서를 생각게 하는 맹자의 「不動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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