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박정희시대, 증언할 회고록이 없다.

작성일: 2013-07-24

‘나라만들기’ 소중한 기억 다음세대에 전해주어야 할 텐데....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신혁확 전 국무총리는 회고록을 남기지않았다.
해방후 대표적인 경제관료로 오랜 기간 국가 최고 지도자를 도와 건국과 근대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그는 회고록을 쓰라는 주위의 권유에 손을 내저었다고 한다. “체험하고 느낀대로 기록하면 안좋게 거론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다 빼면 있으나 마나 한 기록이 될 것이고”
한국 외교의 산 증인이자 1979년 10.26사건 때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이 2004년 별세했을 때 남긴 회고록이나 비망록이 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회고록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없다. 이들의 보좌를 받으며 대한민국 역사를 이끈 대통령들도 회고록은 없다. 냉전(冷戰)과 열전(熱戰)의 한가운데서 나라 세우기를 주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후 망명지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압축적인 산업화를 통해 잘사는 나라를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은 10.26사건으로 갑자기 타계하는 바람에 자신과 나라가 걸어온 자취를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는 한국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시기였던 20세기 후반에 대해 무게있고 깊이있는 증언을 갖고 있지 못한다.
반면 한국과 더불어 2차 세계대전 후 근대국가 건설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오늘을 만든 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 스토리’와 ‘제3세계에서 제1세계로’라는 두권의 회고록을 냈다.
이책들에는 영국 식민지에서 자라던 어린시절, 일본통치와 뒤이은 독립, 그리고 말레이 반도 끝에 위치한 가난한 신생 섬나라 싱가포르의 총리가 되어 선진국으로 나라를 끌어 올리는 험난한 과정이 담겨있다.
빈곤에 허덕이고 사회불안에 흔들리는 나라를 경제발전으로 이끌고, 주변 강대국들과 관게를 조정하면서 냉혹한 국제정치 속에서 국인을 챙기는 국가지도자의 모습은 싱가포르의 젊은이들에 나라 만들기를 위한 앞세대의 고뇌와 노력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또 다른 나라들에 부강한 나라 만들기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교과서다. 싱가포르와 똑같이 20세기 후반 ‘아시아의 호랑이’로 주목 받았지만 한국에는 그 성취과정을 담은 생생하고 권위있는 기록이 없다. 이언 집단적인 역사 기억의 공백을 좌파학자들의 전도된 한국현대사 해석이 비집고 들어왔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성공의 역사를 차분히 돌아보고 계승, 발전할 것과 극복할 것을 따지지 않고 이뤄지지 않은 가정법의 역사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기형적인 역사인식이 퍼져나간 것이다. 지금도 서점에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많은 책들이 진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세대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 주려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이전 세대의 분투를 알려줘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참모였던 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한 ‘박정희는 어떻게 경제대국을 만들었나’라는 책을 낸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가 박정희 시대를 각 주제별로 당시 책임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정리하는 작업도 의미가 크다. 나라 만들기 시기에 국정운영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기록을 남겨야 한다. 사실이 허구에 밀리지 않으려면 대한민국의 기억을 양적,질적으로 더 풍부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될 것이기 때문에....
<월남참전 고엽제 전우회 거창군지회장 박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