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작성일: 2013-08-08
바보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누구든 지금껏 내가 참 바보처럼 살았다는 생각에 고개를 푹 숙이고 터벅터벅 걸어 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럴때마다 가수 김도향이 만들고 직접 부른 이 노래가 언뜻 떠오를 것이다. ‘어느 날 난 낙엽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빈 내마음을 보았죠’ 어느날 문득 내가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면서 한숨 쉬듯 내뱉는 말이라 하겠다. 가정이나 사회, 혹은 자신이 맡은 일의 분야에서 못다 한 것이 있거나 아쉬움이 남을 때 이런 느낌이 들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든지 용기가 없어 사랑을 이루지 못했을 때 드는 심정이기도하고...
이런 회한의 말은 20대에 그 의미가 다르고 30대가 다르고 40대,50대,60대에도 각각 다를 것이다. 20대에는 못다한 공부를 생각하며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서 하는 말일수 있겠고 30대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내뱉는 후회의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50대에는 어떨까? 거울 속에서 눈에 띄게 늘어가는 흰머리 아래 어느덧 주름이 잡혀가는 중년의 얼굴을 발견하고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 내가 바보처럼 살지는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60대쯤 되면 이 말은 어쩌면 인생의 달관을 역으로 표현한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바보처럼 살았다고 느끼는 순간 사실은 바보가 아닐지도 모른다. 깨달음이란 그런 것이니까 진짜 바보는 여전히 자기가 바보인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 난 바보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바보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바보처럼 산다는 것은 가장 현명한 일이기도 하다. 순수한 신념을 가진 바보라면 말이다. 본래 신념이란 자꾸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직하게 그것을 지키는 바보하면 그의 삶은 가장 고귀한 것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보라. 똑똑한 사람들은 자꾸 늘어나고 있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손해 볼 짓은 하지 않는 사람,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얻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저 사람은 그릇이 커’ 이런 칭찬에 우쭐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큰 그릇이라야 좋을까? 작은 그릇을 가진 사람은 정말 어리석은 것일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마음의 그릇이 작아 세상의 물정에 어둡고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며 융통성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그야말로 슬로우 푸드처럼 맛깔스럽게 발효된 사람들이 있다. 된장이나 간장처럼 스스로 재료가 되어 맛있는 요리에 자신을 던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세상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초조해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바로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믿음직한 바보들’인 것이라 하겠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떤가 이 노래를 들으면서 친한 사람과 소주라도 한 잔하고싶은 날이 아닌가? 좁은 골목길에서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얼큰해진 목소리로 이노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노래를 불러 보는 것도 참 좋으리라 생각한다.
월남참전 고엽제 거창군 지회장 박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