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정에 얽힌 비화

작성일: 2013-08-08

간밤에 꿈에 박팽년과
무릉도원을 노니는 꿈을 꾸었다.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더구나.
꽃이 지기 전에 그려라.
그 그림을 몽유도원도라 할 것이다.
-안평대군-
풍운아 안평대군의 꿈 안견은 이를 화폭에 …
꿈속 공간재현이 화근
안평은 사약을 받게 되는데
꿈 이 꿈이 되고 말았다.
안평대군은 집현전학사 이개와 백악산아래를 거닐다 소리쳤다. “믿을 수 없구나, 꿈으로 본 무릉도원과 꼭 같은 땅을 찾게 되다니. 이곳에 정자를 지어 꿈을 되새겨야겠다.” 안평대군은 이곳에 무계정사를 지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무계정사는 안평대군이 역모를 꾸민 근거지로 둔갑 하였다. 큰 숙부 수양대군에게 전권을 넘긴 어린 임금은 숙부안평대군에게 사약을 내렸다.
그림은 시대의 자화상이다. 그 시대의 잣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한편의 역사적 드라마 같은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와 누정(樓亭)에 얽힌 비화다.
지금부터 500년 전 서울 한강변 절경지엔 성종때 재상 한명희의 압구정(鴨鷗亭)이란 빼어난 정자가 있었다. 압구정을 풀이하면 갈매기와 가까이해서 친구가 된 정자 이므로 자연과 일심동체 되는 정자로 주인의 마음을 잘 드러낸 이름이라 해석할 수가 있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정자 중에는 명재상으로 추앙받은 세종때 황희(黃喜)정승이 지은 반구정(伴鷗亭)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압구정은 표지석 하나만 달랑 남아 있고, 반구정은 지금까지도 임진강변에 정자로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압구정은 임금이 시를 써서 내려주기도 하고 수많은 사대부들이 그것을 찬양하는 편액과 주련을 썼을 정도로 유명했으며 규모에서도 반구정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크고 화려 했지만, 역사적으로는 상반된 길을 걷게 되었으니 아이러닉하다. 추리해 보면 두 정자의 운명은 이름을 지을 때부터 이미 판가름이 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압(狎)과 반(伴)이라는 글자는 대상과 친하고 가까이 한다는 뜻은 같지만 쓰임에 큰 차이가 있다. 狎은 서로 대등 평등한 관계에서 친한 것이 아니라 상대보다 높은 위치에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가까이한다는 뜻. 따라서 임금이 스스로의 격식을 잊고 간신배를 지나치게 가까이한다는 뜻을 친압(親狎)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편 반(伴)은 동등한 위치에서 평등한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짝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체인 인간과 객체인 자연이 같은 선상에서 친구가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압구정 정자의 주인은 자연위에 군림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자연을 상징하는 갈매기를 무위자연 감정으로 친해지겠다는 뜻을 가진 것이 되고, 반구정은 자연과 인간이 동등한 지위에서 나란히 존재하면서 친구가 된다는 뜻을 가진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이미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우회적으로 비판 한 일이 있었으니 성종때 문신 최경지(崔敬止) 는 아래와 같이 詩를 썻나니…
왕의 두터운 은총을 세 번이나 은근히 받으니
정자는 있어도 와서 볼 생각일랑 하지 않네.
진정으로 그 마음속에 간사한 마음이 없었다면
벼슬에 있을 때도 갈매기와 친구가 되었으리. 三接慇

<임부륙 r20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