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망

작성일: 2013-12-13

건강보험 공단에서 격년제로 실시하는 종합검진을 난 차일피일 미루길 그해의 마지막 달에나 가서 하길 금년도 마찬가지다. 왜냐면 습관성 음주벽이 심한 탓에 혹시나 위장이 헐었다거나 큰 병이랄 까봐 선뜻 병원에 가길 꺼려하는 게 음주선수들의 속성인가보다. 왜 늦었냐고 물으면 이구성동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미루었다는 답이다.
나 역시 감기증세가 두 달 정도 끌기에 농촌에선 흔히 발생하는 쥐벼룩 진드기에 물린 쯔쯔가무시 병인가 하곤 근 달 포간 몸에 상처가 있는지를 살펴봤었다.
추위에 강한 내가 개 떨리듯 하는 떨림증세가 반복 되고 극도로 피곤 하 길래 병원에 입원하여 정밀검사를 받아본 즉 쓸개에 돌이 박혀 담도를 막아 時를 다투는 위급한 증세였다. 큰 병원에 실려 가서 깨끗이 처치했지만, 대굴대굴 구르듯이 통증이 심하다는데, 마음을 비운 탓인가 무통상태로 완치가 됐다.
옆 병상 환자는 소주를 됫병으로 들이켜 장이 터진 알골 중독자 같았는데, 물 한모금도 먹어선 안 되는 금식처방인데, 물을 달라고 길길이 뛰며 난동을 부려 병실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보호자인 아들에게 죽어도 좋으니까 “네가 효자라면 물 한모금만 먹고 죽게 해달라고 패악을 부리며 자식을 원망했다” 나 또한 일주일 째 물 한 모금도 먹어선 안 되는 금식인데다가 자정이 넘도록 괴성을 지르는 정도가 지나쳐 잠자는 시간을 놓치어 뜬눈으로 지새우니 극도로 피곤이 엄습해 왔다.
이로 인해 사람을 원망하는 것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 그것은 ‘상대에게 손해를 입었다’든가, ‘상대방 때문에 불행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마음일 게다. 나는 일찍 퇴원하였지만,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원망을 하면 자식, 간호사, 간호보조종사자, 담당 의사부터 마음 이 멀어지게 될 터인즉 불행을 자초 하는구나 싶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와 같이 돼 버려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이라 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좋지 않은 모습, 즉 병이 더 악화 되게 된다는데. 자식들에게 조차 ‘당했다’ 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도리 킬 수 없는 가엾은 병자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을 원망하는 것’은 손실이 큰일이다. 먹어선 안 될 물 한 모금에 부자지간에 원망이 쌓여 벽을 쌓는 것을 보며, 참을성이랄까 인내 하지 못하고 악화로 치달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그 아비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인간은 누구나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오는 사고와 재난과 질병으로 우리의 평온한 일상은 무너지고 가정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려 버린다면,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온 것일까? 라는 물음을 던지며 삶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은 채 충격과 회한에 빠져들게 되었다.

<임부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