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혁 하랬더니 밥그릇만 챙기나
작성일: 2014-02-06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기초ㆍ광역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합의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여야가 지방자치를 온전히 지역주민에게 돌려주겠다며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한목소리로 선거제도 혁신과 공천제 폐지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설치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핵심 사안별 이견을 보이며 극한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방의회 의원 수를 34명 늘리는 데 전격 합의했다. 개혁을 기대 했던 국민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정개특위의 여야 합의에 따르면 광역의원은 현재 651명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13명이 늘어난 664명, 기초의원은 2,876명에서 21명 늘어난 2,897명이 된다. 광역의원 정수는 경기 강원 충남 경북에서 2명씩, 대구 인천 전남 경남에서 1명씩 늘어난다. 의원 정수 증원은 6월 지방선거부터 적용된다. 특위는 인구 증감이 심해 지방의회 선거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증원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회의원의 친위 조직 역할을 하는 지방의회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수 유지와 증가를 위한 인위적 선거구 조정도 이루어졌다.
지방의회는 돈먹는 하마, 토착비리의 온상이란 비판을 받아 오고 있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동안 높았다. 새누리당이 특별시와 광역시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통폐합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의원 수를 줄이기는커녕 늘렸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정개특위는 인구가 급증한 신도시와 농촌 등 소외지역의 대표성을 고려하다 보니 증원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지역주민들의 뜻과는 상관이 없다. 결국 국회의원 친위 조직의 밥그릇을 챙겨준 꼴이다. 지역에서 자신들의 손발 노릇하는 의원을 늘리는 데 여야가 손을 맞잡으며 한통 속이 된 것이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통폐합을 비롯해 지방의회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여야 정치권이 정작 선거가 임박해서는 그런 지방의회 정원을 줄이기는커녕 반대로 늘리기로 합의한 것은 정략만 앞세운 무책임한 구태 정치쇼다. 기득권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토착비리의 근원' 운운하며 지방의회 구조조정을 다짐했던 정치권 아니었던가?
애초에 기초의회 공천 폐지 주장이 국회의원의 영향력 축소를 겨냥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특위의 이번 결정으로 국회의원의 '밥그릇'은 더 커지게 됐다. 더구나 방만한 지방행정으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자치단체가 많아 파산제 도입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지방정부를 제대로 감시ㆍ견제하는 대신 토착 비리에 휘말린 지방의회의 기능도 요인의 하나다. 따라서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해 지방의회의 구조조정을 검토할 만한 상황인데도 여야 의원들은 슬그머니 '밥그릇 챙기기'에 뜻을 모아 오히려 혈세 부담만 가중 시켰다. 학계와 시민단체가 이번 결정에 대해 '여론의 역주행'이라고 강력 하게 비난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정개특위는 활동 기한을 2월 말까지로 한 달 연장했다. 시간만 연장 하며 아무런 해답 없이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욕심만 챙기는 정치권에 제도개혁을 맡겨서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기대한 국민들만 바보가 되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대선 때 공통으로 공약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는 정쟁만 지루 하게 연출 된다. 양당 모두 국민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선거에서의 손익계산에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다.
명분 없는 정치권 국민들의 냉험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