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찬하노라!

작성일: 2014-03-27

고려가 왕건을 태조로 약 500여년을 계승해 왔지만 제31대 공민왕 때 무장 이성계가 홍건적의 난을 물리친 후 승승장구 그 기세를 몰아 1392년 조선을 건국하니 고려 충신들은 망국의 한을 품곤 開京 두문동으로 들어가 신생국 李氏조선을 비웃자 화가 난 이성계 졸신들은 두문동에 불을 질러 고려충신들을 화형 시켰으니 두문불출 이란 말이 생겨났다. 려말 忠臣중 성리학의 대가 三隱인 이색,정몽주,길재 등은 그들의 詩에서 忠臣不事二君 의 충정을 엿볼수 있으니 이색의 시조는 오늘날 이 나라 철새 정치인들에 경종이 되었다.
“백설이(충신이) 잦아진 골에(사라진고을에) 구름이(간신들이) 머흘에라(들끊는구나) 반가운 매화는(그리운 충신들은) 어느곳에 피었는고(어디로가 숨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있어 갈곳 몰라 하노라” (필자) 나름대로 번역을 해 보았지만 매화가 충신들의 化身으로 예부터 菊,竹,蘭,梅를 四君子라 하여 시인 묵객들의 시제 화제로 삼았으니 국화는 오뉴월 백화난만 하나 찬 서리 치는 늦가을 홀로 피니 군자의 절개를 뜻함이요 속빈 대나무는 비바람 몰아쳐도 꺾이질 않고 사시장철 늘 푸르니 지조를 뜻함이요 난은 깊은 산속 봐주는 이 없어도 聞香十里라고 향 쫓아 산중스님들이 예를 고하니 공자 왈 난이 있는 곳이면 神仙이 있다하고 春蘭如美人이라 춘란은 미인과 같아서 不採香自獻이라 아니 꺾어가도 향을 바친다 했다. 매화는 매서운 설한풍 맞고서도 꽃망울을 퍼뜨리니 설중매라 하고 향기도 까불질 않으니 암향(暗香)이라 하며 오탁악세에 물들지 않으니 선비정신의 표상이 되었다.
이른 봄 춥고 배고픈 벌 나비가 찾아와 聞香의 예를 드리며 화불손(花不損)이라 꽃은 조금도 상함이 없이 밀득성(蜜得成)이라 꿀만 얻어가니 梅一生寒不賣香이라 매화는 일생 “가난해도” 향기는 팔지 않는다 했는데 (‘4년3월)KBS퀴즈시간에 “寒불매향”을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오역을 해 필자는 폭소를 했다.
매화예찬 중 평양기생 “매화”의 詩조가 단연 돋보이니 늙은 기생 “매화”가 풋내기 기생 “춘설”에 샛서방을 빼앗기곤 독수공방, 고침한등에 홀로 누워 “화무는 십일홍이요 낙화유수”라고 한탄가를 부르며 자신의 쭈그러진 몰골, 퍼진 가슴, 버쩍 마른 궁둥이를 본 매화는 면경위추부지원(面鏡爲醜婦之怨)이라 거울이 원수라며 눈물을 삼키곤 詩한수를 읊으매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직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하여라”
백도(白桃)같은 양볼에, 오동포동한 젖무덤, 白魚같은 궁둥이에, 허리는 봄버들 같이 나긋나긋 꼬리를 치는 신참 기생 “춘설”에 한때 평양성을 주름잡던 “매화”인들 야코가 아니 죽겠는가?
身老心不老라고 몸은 늙어도 마음은 아니 늙는다지만 후목분장(朽木糞牆)이라 썩은 나무는 조각을 할수 없고 헌 담장은 칠이 무용함이라. 이 山中은자도 인간이 그리워 읍내를 “게”처럼 어거적 그리며 다니다 길바닥에 앉아 쉬면 둔자,치자,우자들이 다 모여들어 시세담론이 참 재미가 있는데 60대 女高제자들이 스쳐지나 가다“아니 선생님 왜 길바닥에 앉아있어요”또 어떤 여자들은 “저 선생 치매왔구나”하며 흉을 보지만 허나 서흥여객 차가 빵빵 소리를 내어 쳐다보니 기사가 農高제자라 손을 흔들어 줘서 퍽 고마웠다. 나는 이들 셋 인간들의 語法 연기에서 그들의 인격,성격,학력,생활수준까지 점 칠수 있어 참 세상은 무대요 천태만상,각인각색들 열연을 보려고 내가 길바닥 노천극장에 앉아 있는 이유다. 우수경칩이 지나자 大地가 임부의 태동처럼 꿈틀거리니 삼봉산,덕유산 골짝에 잔설이 정숙한 여인의 뽀얀 팬티처럼 정겹고 조춘양광에 눈이 녹아내려 황강 春水녹파는 아침 햇살 받아 오색파문을 이는데 鶴이 목을 빼곤 鶴수고대 물속을 쬐려보며 大魚를 찾느라 여염이 없어 참 세상 조화가 먹는 놈 먹히는 놈 즉 강자와 약자를 구분지게 창조하곤 헌데 神은 항상 강자편이라 창조주가 저주스럽다. 거창날씨가 밤엔 영하 5도요 낮엔 20도로 곤두박질치니 당나라 동방규의 詩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라 봄이 와도 봄 온것 같질 않지만 집 앞 양지녁엔 홍매화가 똑 틴에지들 젖꼭지마냥 부풀어있어 한가지 꺾어내어 방안에 꽂아두니 매향이 방안 가득하니 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였구나. 선조 때 성리학자 퇴계선생은 임종시 아내에게 매화에 물줄 것을 당부했다 하고 中國의 임포선사는 梅妻鶴子라고 매화는 아내로 학은 자식으로 여겨 낙향은거 여유작작 살았다 하니 이들이 세상을 達觀한 철인이었구나! 엊그제 장날 꽃시장을 둘러보니 봄맞이 여인들이 물 넘은 갈치 한 마리를 덜 사드라도 난 한포기 사들고선 향기를 맡아보는 표정에서 그들의 옷고름을 풀지 않고서도 가슴속 열정을 능히 잴 수가 있었다. 봄은 Spring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스프링처럼 펼쳐 새 봄을 맞이하자.


논설주간 신중신